재벌들이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특히 아시아계 부호들 사이에서는 실적이나 시장 규모처럼 눈에 보이는 지표보다도 미신이라고 여겨지는 풍수지리를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중국 기업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더 민감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래는 남다른 풍수 사랑을 내비친 중국 기업가들은 누가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YOWOOtrip|강은미 기자

풍수지리 중시하는
대표적 기업인 리카싱

홍콩 최대 부동산 재벌로 꼽히는 리카싱 청쿵 그룹 전 회장은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대표적 기업인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대륙에서 태어나 홍콩으로 이주해 홍콩 최고 갑부 자리에 오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데요. 부동산, 항만, 통신, 호텔 등 다양한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투자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내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죠.

그는 거의 평생 동안에 걸쳐 풍수를 신뢰해왔습니다. 12세 때 전쟁을 피해 중국 광둥성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그는 1950년 플라스틱 제조사 청쿵 공업을 세우고 지난 2018년 회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풍수지리에 적잖이 의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홍콩 청쿵 그룹 본사를 세울 때 철저히 풍수지리학적으로 접근해 건물을 세웠습니다.

풍수 전문가 조언에 따라
세워진 청쿵 그룹 본사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퀸즈로드센트럴에 들어선 청쿵 센터는 풍수지리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세워진 건물입니다. 당시 힐튼호텔 소유 부지를 매입해 본사를 세우려던 리카싱의 최대 고민은 건물 양쪽에 위치한 중국은행 타워와 HSBC 은행 건물에서 오는 불운을 막는 것이었는데요. 풍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 끝에 그는 HSBC 은행 빌딩보다 높되, 중국은행 타워보다는 낮은 사각형 모양의 빌딩을 건축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청쿵 센터 꼭대기인 70층에 자리한 리카싱의 집무실도 6평 규모로 상대적으로 소박한 편이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집무실의 집기 배치도 음양의 조화를 맞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죠. 디테일한 부분까지 풍수지리를 적용한 청쿵 그룹은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거치면서 거침없는 성장세를 달렸습니다. 리카싱이 소유한 부동산 전문 기업도 점차 몸집을 불려가며 지난 2019년 기준 중국 전역에 4201억 위안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중국 IT 거물 마윈도
풍수 신봉자로 알려져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이를 세운 중국 IT 업계 거물 마윈 또한 풍수 신봉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세운 7개 지사 모두 풍수를 고려해 입지를 결정했죠. 그는 홍콩에 자신의 첫 번째 사무실을 낼 때 직접 방문해보고 풍수적으로 불길하다고 판단해 퇴짜를 놓은 바 있는데요. 실제로 사무실을 거쳐간 6개 회사가 줄줄이 문을 닫은 곳으로 조사되었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마윈은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실 이전을 할 때에도 그전의 회사가 망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어느 도시이든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들어서는 회사는 운이 좋지 않다고 여기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고지대에 위치한 건물 역시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다고 여겨 임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윈은 풍수지리뿐만 아니라 민간 미신에도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는 외관부터 내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의미를 부여해 만들어졌는데요. 숫자 7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마윈은 건물 인테리어부터 7을 연상케 하는 형태로 지었죠. 건물 층수도 7층으로 맞추는 등 자신의 신념을 건물 곳곳에 녹여냈습니다.

풍수 지나치게 중시하는
풍조에 대한 비판도 잇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풍수는 대형 프로젝트와 사업 분야에서 문화 깊숙이 뿌리내려져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풍수지리에 의존하는 풍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비롯해 창의적 작품들을 세계 곳곳에 남긴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중국 수도 베이징에 건축한 소호(SOHO) 건물이 대표적 예입니다. 2015년 문을 연 이래 내로라하는 기업과 브랜드들이 입주하며 베이징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곳이죠.

하지만 지난 2018년 이 건물의 풍수지리가 좋지 않다는 인터넷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실제 이 건물에 입주해 있던 판다TV, 자전거 공유 업체 블루고고 등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파산하며 소문에 불을 지폈죠. 소문이 마치 사실인 양 퍼져나가자 ‘소호 차이나’는 해당 기사를 처음으로 내보낸 매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결국 매체가 소호 차이나에 20만 위안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