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짝퉁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품, 의약품 분야를 넘어 가짜 건축물, 예능, 게임에 이르기까지 복제품의 종류와 범위도 다양해서 중국 하면 짝퉁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죠. 최근에는 중국에서 수출하는 코로나 진단키트와 마스크 등 의료 물품이 불량 논란에 휩싸여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 또한 짝퉁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해 짝퉁 제품을 고발하는 프로를 집중 방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짝퉁 생산 문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제품이라면 모조리 복제하고 심지어 사람이 먹는 음식까지 가짜로 만들어 질타를 받고 있죠. 이 정도면 짝퉁에 침식 당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하다 하다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중국 짝퉁 생산의 현주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YOWOOtrip|이한율 기자

가짜 졸업장 발급까지
중국에서 활개치는 짝퉁 대학

‘짝퉁 천국’이라 불리는 중국에서는 최근 가짜 대학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쉬자(虚假) 대학’이라 불리는 이 학교들은 거짓 학교 소개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학생을 모집한 뒤 엉터리 수업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렇듯 그럴싸한 이름을 달고 등록금을 받아먹는 가짜 대학은 중국 전역에 3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런 가짜 대학들은 대부분 진짜 캠퍼스의 인근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본교 캠퍼스가 아닌 대학 인근의 작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하는 등 사기행각을 펼칩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학력 위조는 물론 가짜 졸업증까지 발급하고 있죠. 짝퉁 대학으로 적발된 뒤에도 지역을 옮겨 다니며 사기 행위를 이어가는데요. 중국 유학생 숫자가 약 10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잔액만 확인했는데 현금 인출돼
베이징에 등장한 가짜 ATM 기기

지난 2011년 중국 베이징의 곳곳에는 가짜 ATM 기기가 등장해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가짜 현금인출기에 카드를 넣으면 카드 정보와 비밀번호가 유출되어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요. 진짜 ATM 기기와 비교했을 때 은행 표시나 CCTV 녹화 표시가 붙어 있어 구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대형 은행 옆에 떡하니 놓여 있는 현금인출기가 가짜일 거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피해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데요. 해당 기기는 철거된 상태이지만 중국 전역에서 현금인출기에 관련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관광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유명 작가의 작품 베낀
가짜 전시도 성행해

지난 2018년에는 일본 유명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그대로 베낀 가짜 전시회가 중국 여러 도시에서 열렸습니다. 해당 짝퉁 전시는 상하이를 비롯한 여러 주요 도시에서 잇따라 열렸으며 무려 한 달간 지속됐는데요. 심지어 쿠사마 야요이뿐만 아니라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도 베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쿠사마 야요이 재단은 권리 침해를 주장했고 재단 측의 강력한 요구로 전시는 중도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가짜 전시의 피해자는 쿠사마 야요이나 무라카미 다카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해 상하이에서는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짝퉁 전시가 열려 충격을 안겼죠.

우한, 시안 등 도시에
설치된 가짜 러버덕

앞서 2014년 석촌호수에 나타난 러버덕은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했습니다. 한국에 상륙한 한 달 동안 무려 502만 명의 관광객을 동원했죠. 러버덕은 프랑스 생나제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일본 오사카, 호주 시드니, 브라질 상파울루, 홍콩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전시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것이라면 가장 먼저 모방하고 보는 중국도 러버덕의 인기를 그냥 지나칠 순 없었습니다.

중국 우한과 시안에는 도심 속 쇼핑몰 앞에 짝퉁 러버덕 조형물이 등장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후 중국 10개 도시에 러버덕을 무단으로 베낀 짝퉁 조형물이 설치되었는데요. 이에 러버덕의 작가 호프만이 권리 침해를 주장하면서 철거되었다가 중국이 정식 판권을 구입하며 상하이 세기공원에 진짜 러버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루에만 7만 명이 다녀가면서 휴대전화 신호까지 끊길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죠.

가짜 유물 4만 점 전시된
박물관까지 등장

가짜 유물을 전시하는 ‘짝퉁 박물관’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중국 허베이성 얼푸촌에 위치한 지바오자이 박물관이 가짜 유물 4만 점을 전시해온 사실이 드러나 폐쇄됐습니다. 허베이성 최대의 민간 박물관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모았던 이곳이 실은 1점 당 200위안에서 2천 위안에 달하는 가짜 유물을 전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는데요.

실제로 한 중국 고미술품 수집가는 “중국 곳곳에는 돈을 벌 목적으로 만들어진 짝퉁 박물관이 상당수에 달한다”라고 폭로하기도 했죠. 지난 2014년에는 중국 랴오닝성 루청박물관의 소장품 8천여 점 중 3분 1이 모조품으로 판명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할슈타트 마을, 베네치아 등
세계적인 관광명소 그대로 베껴

중국으로 여행 간 관광객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짝퉁 관광지들도 즐비합니다. 광둥성에는 ‘동화 속 호수 마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관광 명소인 할슈타트 마을을 통째로 옮겨와 논란이 되었는데요. 중국 짝퉁 관광지의 ‘결정체’라고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직항으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인 다롄에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그대로 본떠 만든 동방수성이 버젓이 운영하고 있죠.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에펠탑과 이집트 고유의 문화유산 스핑크스도 똑같은 크기로 제작되었습니다. 에펠탑뿐 아니라 건물 스타일, 가로등, 조각상에 이르기까지 톈두청 도시 전체를 파리와 비슷하게 만들었죠. 허베이성 스자좡 테마파크에 건설된 스핑크스는 이집트 정부의 철거 요구에도 머리만 떼어낸 후 같은 자리에 똑같이 세워 비난을 받았습니다.

중국 장쑤성 정부는 앞서 2012년 관광객 유치의 목적으로 런던의 ‘타워브리지’를 똑같이 모방해 지어 논란이 되었는데요. 이외에도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그대로 모방한 톈진시의 짝퉁 피렌체, 쑤저우에 있는 짝퉁 개선문, 베이징 시내에 떡 하니 자리 잡은 모아이 석상 모조품 등 보기만 해도 낯 뜨거워지는 짝퉁 관광지가 줄을 잇습니다.

짝퉁 관광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는?

중국에서 짝퉁 관광지가 계속해서 지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중소도시들의 관광객 유치에 따른 경제 활성화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화적 자신감 결여, 전통 건축물에 대한 자신감 부족 또한 지방 당국자와 투자자들이 맹목적으로 외국 건축물을 흉내 내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또 중국 내에서 만연한 경제 우선주의 사상이 짝퉁 생산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과거엔 이런 짝퉁 관광지나 박물관, 전시 등이 인기를 얻었을지 모르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중국 내에서도 비난의 여론이 더 우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짝퉁 제품을 근절하고 가짜 건축이나 전시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조치로 중국이 ‘짝퉁 천국’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인식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