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자칫 몸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했을 경우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의료시스템 때문에 감당하지 못할 병원비를 책임져야 하는 일 또한 일어날 수 있죠. 중국의 의료시스템 또한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간혹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갔다가 엄청난 인파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중국 대도시의 병원 접수처 앞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환자들로 매일 북새통을 이룹니다. 중국에서는 진료 접수를 ‘과하오’라고 하는데 인원이 하도 많아 기본 2~3시간 대기는 물론이고 진료 예약비용만 수십만 원이 든다고 하는데요. 진료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중국 병원 의료실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YOWOOtrip|이한율 기자

줄 서주는데 무려 80만 원,
중국 병원에서 암표상 활개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대도시 종합병원으로 인파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 접수 대란은 중국의 오랜 골칫거리로 대두되어 왔는데요. 한번 진료 예약을 하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암표상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줄을 서주는 대신 한 장에 50~300위안(8600원~5만 2000원) 정도 하는 진료 예약권을 몇 배 가격에 되팔고 있죠.

암표상들이 판매하는 예약권의 가격도 천차만별인데요. 의사의 명성이나 예약 날짜에 따라 적게는 850위안(약 14만 원)부터 많게는 4500위안(약 78만 원)까지도 판매되며 그 이상의 가격에 팔리는 경우도 있죠. 지난 2016년 동북지방에 거주하는 한 대학생 여성은 어머니의 병 치료를 위해 베이징 광안먼의원에 왔다가 며칠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분통을 터뜨렸는데요. 그는 “300위안 하는 진료예약권을 4500위안에 사라고 한다”면서 “병원 측과 암표상이 내통을 한 게 틀림없다”라고 울며 호소했습니다.

대기에 비해 짧은 진료시간,
고액의 치료비 선납 강요해

장시간 대기 후 겨우 예약에 성공했으나 실제 진료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아 민원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또 대기하느라 지친 사람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이 때문에 의사들이 진료시간이 끝나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폭언을 듣거나 치료에 불만을 느끼는 환자 가족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병원 협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해 병원에서 일어나는 폭행 사건이 4년 만에 두 배로 급증했습니다. 이 때문에 2016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모든 병원에는 경찰 병력을 따로 배치하고 늘려가는 추세입니다.


실제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어마어마한데요. 중국은 등급 기준에 따라 병원이 나누어지며 등급에 따른 병원비 또한 각각 다릅니다. 고액의 치료가 진행되는 경우는 선불로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선불로 지급하는 병원비가 수천만 원에 달해 사고나 질병으로 입원한 경우 병원비로 집 한 채를 날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어디에 어떻게 병원비를 썼는지 잘 알려주지도 않는 경우도 허다하죠.

중국에서 의사의 급여나 처우
좋지 않은 것도 문제

병원에서 암표상들이 활개치는 원인 중의 하나는 의사 인력 부족도 한몫합니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고작 1.5명에 불과했는데요. OECD 평균인 3.3명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숫자입니다. 여기에는 중국 의사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수입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한국에서 의사는 명예와 부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선망의 직업으로 여겨지지만 중국에서는 예외죠. 일례로 2015년까지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470만 명의 의대 졸업생이 배출됐지만 박사과정까지 간 인원은 16% 정도인 75만 명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급여도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낮습니다. 중국 의사의 평균 월급은 한화로 92만 원 정도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의사 연봉은 평균 5만 9200위안(약 1019만 원)으로 매달 받는 월급은 4933위안(92만 원) 정도였는데요. 동네의원이나 향진 의료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더 심각한 박봉에 시달리며 그나마 매달 1000~2000위안의 장려금을 받으려면 휴식일 없이 진료에만 매달려야 합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들에게는 3일 이상의 휴가는 사치로 여겨질 정도죠.


암표상이 극성을 부리는 데에는 수요 공급의 불균형 문제도 꼽을 수 있습니다. 중국 지방 병원의 경우 시설이 낙후되고 의료기술이 낮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도시의 종합병원으로 몰리고 있는 것인데요. 베이징시 위생 계획생육위원회에 따르면 베이징 병원들이 2014년 한해 동안 진료한 환자는 1억 100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70% 이상은 베이징 이외의 지역에서 온 환자였습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진료 예약 실명제 실시, 암표상 단속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죠.

의료 IT에 주력하는 중국,
인터넷 병원도 급격히 늘어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정부는 점차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중국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동안 중국에서 인터넷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20배 늘었으며 온라인 약품 배송 서비스 이용률도 50배 증가했습니다.

한편 중국정부는 5개년 보건 계획을 통해 국민 평균 수명을 늘리는데 총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구 천 명당 1.5명이었던 의사수를 2명으로 확충할 계획을 발표했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계획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 우려했는데요. 의료개혁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의 열악한 급여체계를 우선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