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천국’ 중국에는 식품, 의약품 분야를 넘어 가짜 건축물, 예능, 게임에 이르기까지 복제품의 종류와 범위가 다양하기로 악명 높습니다. 근래 들어 복제 대상은 더욱 다양해져 유명 도시 전체 짝퉁으로 만들어 중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었는데요. 최근에는 일본의 거리를 똑같이 복제한 도시가 중국 내에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과연 어떤 모습일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YOWOOtrip|한정미 기자

‘이게 정말 중국이라고?’
구분 힘든 수준의 싱크로율

올해 9월 중국 광둥성 포산시 난하이구에는 도쿄 최대 유흥가로 꼽히는 신주쿠 가부키초를 모방한 거리가 버젓이 등장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유명 상업 거리를 그대로 본 따 만든 이 거리의 이름은 ‘이치반 스트리트(一番街)’라고 불리는데요. 거리의 표지판 뒤로 수많은 일본어 간판들이 네온사인처럼 빛나고 있어 중국인지 일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심지어 해당 거리는 가게 간판뿐만 아니라 신호등이나 도로 표지판까지 일본을 똑같이 모방해 만들어 놀라움을 자아냈는데요. 버스정류장도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으며 일본어 번호판을 단 택시까지 정차돼 있는 모습이죠. 특히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아스트로 보이, 이누야샤, 세일러문, 명탐정 코난 등을 간판으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길 막힌
중국인들 심리 겨냥해 인기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중국은 최근 국내 여행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유명 관광지도 적극 개방하고 나섰는데요. 일각에서는 일본 유흥가를 똑같이 카피한 이 거리의 건설이 최근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해외여행 가는 척’ 놀이의 일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누구나 가짜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의 심리를 정확히 겨냥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이 거리는 100m 정도로 길지 않은 데다 아직 오픈하지 않은 가게들도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따로 입장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코로나19로 일본 여행을 가지 못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죠. 특히 지난 9월 공식 개장 이전부터 왕홍들이 방문해 웨이보나 더우인 같은 SNS에 업로드하면서 급격히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거리를 방문한 한 남성에 따르면 “더우인을 통해 거리 영상을 접한 뒤 직접 방문해 사진을 찍고 싶었다”라고 방문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작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적 있는데 이 거리에서 서 있으면 정말로 일본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라고 소감을 전했죠. 실제로 광저우, 중산, 주하이와 같은 인근 도시의 젊은이들이 거리가 가까워 주말을 이용해 많이 다녀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문화와 디자인 선호하는
중국인들에게 특히 인기

최근 중국의 젊은 층은 일본 문화나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이 깊죠. 중국 최대 여행 사이트인 ‘씨트립’이 공개한 ‘2019년 중국인 해외여행 소비 보고’에 따르면 일본은 그해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소비를 한 국가로 꼽혔습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9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그 인기를 입증했죠.

이런 중국인들의 심리를 겨냥해 이곳의 임대료도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해당 거리에 있는 가게 1층은 불과 두 달 만에 전부 임대되었죠. 이곳에 자그마한 카페를 열기 위해 50만 위안(약 8,500만 원)을 투자한 중모 씨는 최근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1층들뿐만 아니라 2층과 3층들도 인기가 높아져 임대료가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 랜드마크 똑같이 베낀
중국의 복제 관광지 논란

앞서도 중국은 유명 랜드마크를 무단으로 카피한 짝퉁 관광지 때문에 논란을 빚었습니다. 광둥성에는 ‘동화 속 호수 마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관광 명소인 할슈타트 마을을 통째로 옮겨와 논란이 되었죠. 인천국제공항에서 직항으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인 다롄에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그대로 본떠 만든 동방수성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에펠탑이나 스핑크스, 개선문, 런던의 타워브리지, 모아이 석상까지 똑같이 카피해 질타를 받고 있죠.

중국에서 이러한 복제 도시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는 중소도시들의 관광객 유치에 따른 경제 활성화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국가 관광청에 따르면 2017년 중국 국내여행업계에서 발생한 수익은 9조 위안 이상에 이를만큼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으로 거론되고 있죠. 또 중국 내에서 만연한 경제 우선주의 사상이 짝퉁 생산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짝퉁 관광지는 전통 건축물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드러내고 중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는 부정적 의견도 많습니다. 따라서 중국 내에서도 짝퉁 관광지를 근절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5월 다른 건축물의 디자인을 표절·모방하거나 흉내 내는 행위에 대해 엄격히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곳곳에서 짝퉁 관광지 건설은 끊이지 않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