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가장 떠나기 좋은 여행지를 손꼽는다면 호주가 빠질 수 없습니다.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비행시간은 유럽만큼 먼 곳인데요. 한국과 정반대의 계절로 요즘처럼 춥고 쌀쌀한 날씨에 떠나면 따뜻한 날씨와 눈부신 바다, 푸른 하늘을 만날 수 있죠. 특히 호주의 섬들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가득해 중국인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입니다.


중국인들은 지난해부터 호주 섬 관광에만 그치지 않고 이곳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공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호주 섬을 임대하는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사들인 섬 일부에서 공사를 강행하거나 중국인을 제외한 기타 관광객의 출입까지 금지하고 있는데요. 점차 중국 관광객 전용 섬으로 바뀌고 있는 호주 섬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YOWOOtrip|한정미 기자

호주의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히는 곳이었는데…

호주로 떠난다면 누구나 한 번쯤 천혜의 자연 경관을 만날 수 있는 섬으로의 여행을 꿈꾸곤 합니다. 남반구의 따스한 햇볕 아래 누워 일광욕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죠. 피부로 느껴지는 상쾌한 바닷바람과 발아래 펼쳐진 부드러운 모래사장, 기분 좋은 파도 소리까지 듣고 있으면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섬들 중 하나인 케스윅섬은 호주의 인기 여행지 중 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관광명소로 명성이 자자했던 이 섬에 현재 중국인을 제외한 다른 관광객들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이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케스윅섬 곳곳에는 개인 임대 지역이라는 이유로 입장 금지 팻말이 세워지기 시작했는데요. 이유는 중국 부동산 업체 ‘차이나 블룸’이 호주 퀸즐랜드주 케스윅섬 일부를 장기 임대하기로 주 정부와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업체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섬 80%를 제외한 나머지 20% 지역을 99년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죠.

케스윅섬은 시작에 불과
잠식당해가는 호주 섬들

케스윅섬 외에도 호주에는 데이드림 아일랜드, 린드만 아일랜드, 사우스몰 아일랜드 등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곳들마저 순차적으로 중국 자본에 의해 잠식당해가고 있는 모습인데요. 사우스몰 아일랜드는 2500만 달러에 판매되었고 린드만 아일랜드는 1200만 달러에 판매되면서 곳곳에 개인 임대 지역 표지판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업체는 케스윅섬의 국립 해변공원으로 통하는 길목을 봉쇄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주민들의 출입까지 차단해 마찰을 빚고 있는데요. 기존 보트 경사로를 허물면서 섬 접근성도 떨어뜨렸습니다. 이 때문에 보트가 없는 사람들은 왕복 2600호주달러를 내고 헬기를 타야 내지에 이를 수 있는 지경까지 처했죠. 케스윅섬의 한 주민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헬기를 타지 않는 이상 오도 가도 못해 섬에 갇힌 포로가 된 기분”이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중국 업체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도 금지함으로써 관광업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고 있는데요. 케스윅섬에 15년째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관광객이 오지 않아 이렇게 한산한 섬의 풍경을 처음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심지어 임대주택에 살던 일부 주민들에게 3일 만에 집을 비우라고 통보하는 등 도를 넘은 횡포로 반발을 샀죠.

자연환경, 서식지 파괴까지…
이전과 달라진 섬의 현재 모습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국 업체의 해안가 정비 사업으로 인해 섬은 고유의 아름다움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숲은 모래에 뒤덮였고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시기와 맞물려 진행된 공사는 바다거북의 서식지를 파괴하기에 이르렀죠. 해당 지역 주민들은 중국 업체의 막무가내식 해안가 변경 작업이 케스윅섬의 해변을 파헤쳐놨다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퀸즐랜드 정부는 본격적으로 환경 조사에 나섰으며 중국 업체가 허락 없이 해안가 정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또한 사전 협의 없이 섬의 도로나 보트 경사 등 기반 시설을 함부로 변경하는 것을 제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죠.

호주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섬 주민들의 고심은 날로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섬을 중국에 빼앗겨 버렸다”, “여기에 살 날도 몇 년이 채 남지 않은 것 같다”라며 한탄하고 있는데요. 케스윅섬 뿐만 아니라 린드만 아일랜드, 사우스몰 아일랜드 등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호주의 청정 섬들이 하나씩 중국에 임대되면서 현지인들의 우려도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