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행 끝 작별인사
벤투 향한 선수들 진심
한국에 특별 선물 남겨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끝으로, 4년간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이례적으로 믹스트존을 찾아 취재과의 만남을 가졌는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만 하기로 결정했다. 재계약과 관련해 9월부터 논의했으나, 오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에게 재계약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년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과 함께한 소감에 대한 질문에 벤투 감독은 “선수들이 보여준 자세뿐 아니라 인격적으로 좋은 사람들이었다. 코치진 모두에게 한국 축구대표팀과의 시간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았던 경험은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이다고 말을 맺었다.
벤투 감독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을 10연속 본선을 밟게한 것은 물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로 이끌었기에, 재계약 불발 소식을 접한 국내 축구팬들로부터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가장 아쉬움이 남을 이들은 다름 아닌 선수들일 것이다.
한 번도 의심 안 했다
앞으로도 응원할 것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훗스퍼)은 벤투 감독에 대한 애틋함을 전했다. 그는 브라질과의 16강전이 끝난 뒤 인터뷰 자리에서 “벤투 감독님에 대한 감사를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하시는지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 많은 분들이 의심하셨는데, 결국 월드컵에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니 박수를 보내주셨다”며 “4년간 벤투 감독님과 함께 준비했던 것들이 선수들 몸에 익은 것이다. 이런 부분을 잘 인지하고 더 앞으로 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선수들을 보호해주고 생각해주셨다. 벤투 감독님이 오시고 주장을 맡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것을 배웠다”라며 “이제 이별을 해야 하지만, 벤투 감독님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고 아쉬움과 함께 작별 인사를 전했다.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선수를 믿어 준 감독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역시 벤투 감독을 떠올리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2018년 9월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A매치에 데뷔할 수 있었다. 이에 황인범은 “벤투 감독님은 내게 정말 감사한 분이다. 많은 국내 축구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초반 자신을 기용한 벤투 감독이 “저 선수를 뭘 보고 쓰냐, 무슨 관계이길래 황인범을 쓰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내가 감독이라면 그런 말 듣고 흔들렸을 것 같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벤투 감독이 있었기에,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테랑 중앙 수비수 김영권은 “이전 월드컵 때마다 본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감독님이 교체돼 준비하는 시간이 짧았다. 이번엔 4년을 벤투 감독님 체제로 준비하며 안 좋은 상황을 좋게 만드는 걸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벤투 감독님이 ‘4년 동안 다들 너무 고생했고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그 여정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4년을 돌아보면 매 순간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힘들 때나 경기력이 안 좋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님이 중심을 잡아주어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원하는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고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던 조규성도 “벤투 감독님이 우리 선수 한 명씩 악수하실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감독님과 코치진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짧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에 남긴 선물
중요한 유산이 될 것
한편 벤투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에 선임한 일등 공신 김판곤 말레이사 축구대표팀 감독은 “벤투 감독이 함께한 4년은 한국 축구에 중요한 유산이고 방향성이 될 것이다”며 “그와 그의 코치들은 대표팀이 소집하면 무엇을 했는지 텍스트를 비롯한 영상으로 다 정리해 놨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를 이용해 분석하고 교육 및 연구 자료로 만들어 재배포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벤투 감독이 남긴 마지막 선물을 어떻게 쓸지는 KFA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남겨준 벤투 감독에 대해 존경심과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