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스케줄 소화
부상에도 경기 출전해야
현실적 대안은 언제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 후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16강을 향한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매 경기 마음을 졸여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토트넘 훗스퍼)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안고도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경기를 뛰어야 했는데, 김민재(나폴리)와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등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경기에 혹사를 당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앞서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한 박지성, 기성용 등 역시 거론되고 있는데, 최근 이강인은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해외파 형들이 왜 서른에 은퇴를 하는지 이해가 된다”고 말한 것이 재조명되고 있다. 손흥민만 하더라도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5경기, FA컵 2경기, 리그컵 4경기, 유럽대항전 4경기를 소화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A매치에는 15경기를 뛴 바 있다.
비행기 타고 한국까지
약 24시간 소요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지난 9월 한국 대표팀은 국내에서 2차례의 평가전을 가졌다. 이로 인해 1년 6개월 만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강인(마요르카)은 한국으로 향했는데, 이동 과정을 한 OTT 플랫폼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이강인이 대표팀에 합류하는 기대를 안고 짐을 싸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제가 1년 6개월 만에 가는 거잖아요. 그 동안 발전한 모습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집을 나서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걸린 이동 시간은 15분이 채 안 됐지만,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시간이다.
이어 네덜란드의 한 공항에서 경유한 뒤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2시간인데, 축구 대표팀의 트레이닝 장소인 파주에 도착했을 당시 마요르카를 떠난지 이미 24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는 일반인에 비해 체력이 좋은 운동선수라도 힘들 수밖에 없는 이동 거리로, 이강인 역시 비행기 탑승 전 “힘들긴 힘들다. 해외파 형들이 왜 이른 나이인 30살에 국가대표 은퇴를 하고 그런지 이해는 된다”고 밝히곤 했다.
또한 이강인은 “저는 1년 6개월 동안 안 갔지만, 만약 갔으면 거의 7~8번을 반복해야 하는데, 그게 체력 소모가 크다”라면서도 “그래도 대표팀은 특별하잖아요”라고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을 표했다.
선수 시절 부상에 고통
29세에 은퇴 박지성
만 29세 나이에 국가대표를 은퇴한 박지성은 11년간 3번의 월드컵을 포함해 총 100경기를 뛰었다. 박지성이 은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오른쪽 무릎 부상이 큰 영향을 줬다. 2003년 에인트호벤에서 뛸 당시 오른쪽 무릎의 반월형 연골판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2007년에 다시 연골 재생 수술을 받은 후 9개월의 힘겨운 재활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무릎 부상은 수술 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던 것. 2009년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마치고 소속팀에 복귀했으나, 심하게 부어오른 무릎으로 인해 9경기 연속 벤치에서 동료 선수를 지켜봐야 했다. 당시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는 인터뷰를 통해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면 수술했던 무릎에 물이 차곤 했다. 한국을 다녀오면 10일 이상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 뛸 당시에는 발목 부상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뛰어야 했던 박지성이다. 대표팀에서 뛰며 부상에 시달렸던 박지성은 결국 2011년을 끝으로 대표팀 조기 은퇴를 선언하며, 클럽에 활동에 전념했다. 그렇다면 현재 박지성의 무릎 상태는 어떨까? 그는 최근 침착맨 트위치 채널에 배성재와 함께 출연했는데, ‘무릎 상태가 어떠냐’는 질문에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조깅과 같은 운동에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지성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주기적을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는데, 배성재는 “중계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힘들어하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손흥민 국가대표 은퇴
아시안컵이 끝일까
한편 카타르 월드컵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한국 축구팬들의 시선은 손흥민의 국가대표 은퇴 여부에 쏠렸다. 앞서 박지성과 기성용이 월드컵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끝으로 물러났기 때문인데, 손흥민 역시 이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손흥민은 여전히 대표팀에서 뛰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과의 16강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나라가 저를 필요로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아직 4년이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깊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은퇴보다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국제대회를 준비할 때마다 계속해서 지적되는 해외 리그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는,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히는 것은 그대로다. 과연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