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언성 히어로’
벤투호 황태자 황인범
최악의 베스트 11 선정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세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대표팀의 일정이 끝나고 월드컵의 모든 일정이 끝난 현재까지도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에 대한 여운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특히 원정 월드컵 두 번째 16강이라는 업적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에 아직까지도 많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사령탑을 내려놓고 고국으로 돌아간 벤투 감독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추구해온 ‘빌드업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통한다는 점을 증명한 부분도 고무적이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주도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뛰어난 기량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벤투호의 황태자
중원의 핵심 황인범
우리 대표팀은 지난 2018년까지 중원을 이끌었던 기성용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면서 중원에 대한 불안감을 계속해서 안고 있었다. 역대 한국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칭송받았던 기성용이기에 그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았을뿐더러 그만한 선수를 찾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우영이라는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있었지만, 나이부터 모든 면까지 그가 기성용을 대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2018년 벤투 감독이 부임한 대표팀에는 황인범이라는 새로운 선수가 중용 받기 시작했다. 기성용과는 플레이스타일이 전혀 다르지만 많은 활동량과 연계 능력, 탈압박 능력을 갖춘 황인범은 정우영과 함께 중원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데까지 잦은 실수를 범하는 등 수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미국과 유럽에서 기량을 갈고 닦으며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유럽 진출 후
눈에 띄는 성장
황인범은 어린 시절부터 대전시티즌 에이스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유의 탈압박 능력은 K리그 최고 수준이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미국 밴쿠버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1년간 미국 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유럽 진출을 타진하면서 러시아 루빈 카잔으로 이적에 성공했다.
유럽 5대 리그는 아니지만 다양한 선수와 아시아 수준보다는 높은 유럽 무대로 진출하면서 황인범은 본인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며 기량을 성장시켰다. 워낙 공을 다루는 기술이 좋고 볼 키핑 능력이 좋았는데 유럽에 진출하면서 시야와 창의적인 패스 센스, 그리고 발군의 슈팅 능력까지 장착하면서 중앙 미드필더로서 6, 8, 10번 롤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멀티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월드컵 숨은 공신
중원의 윤활유
벤투호가 월드컵 본선까지 진출하는 데 있어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손흥민을 비롯해 황인범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가 없는 대표팀 경기력의 차이는 눈에 띄게 컸고 실제로 그가 있었던 경기에서는 중원에서 볼 배급과 밸런스가 확실히 좋았다. 3선에서 정우영과 2선 이재성 사이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플레이메이커, 박투박 역할까지 모두 소화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규성, 황희찬, 김민재 등 득점을 기록하거나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중원에서 황인범이 ‘언성 히어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정우영의 적은 활동량을 수비적으로 커버하고 볼 운반의 시발점을 담당하며 과감한 전진 패스를 뿌렸고 중원에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볼을 점유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에서 총 24회의 전진 패스를 성공했는데 이는 전체 선수 중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 데브라이너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도 황인범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벤투호가 이번 대회에서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황인범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켜줬기 때문이다.
‘언성 히어로’ 황인범
월드컵 최악 베스트 11
‘아는 사람은 보인다’. 황인범의 보이지 않는 활약 덕에 한국 축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유럽 통계 업체는 황인범을 2022 월드컵 최악의 베스트 11에 포함시켰다. 월드컵 16강의 숨은 주역이 최악의 베스트 11에 선정된 것. 유럽 통계 매체 ‘Sofascore’는 월드컵 평균 평점을 기준으로 카타르 월드컵 최악의 베스트 11을 공개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최전방 공격수에는 이번 대회 최악의 폼을 보여준 호날두와 라우타로가 이름을 올렸다. 호날두에 대해서는 불화의 주동으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꼬집었다. 황인범은 중앙 미드필더로 6.53의 평점을 기록하며 최악의 베스트 11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호날두와 같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꽤 굴욕적인 부분이다.
평점이 아무리 선수의 경기력을 대변하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월드컵에서 보여준 황인범은 비록 자주 보이지는 않았지만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엄청난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로 16강전 브라질전을 앞두고 세계적인 수비수 티아고 실바는 한국의 경계 대상 선수로 황인범을 지목할 정도였다. 또한 16강 이상 진출한 국가 선수 중 뽑은 라인업이라는 점도 황인범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