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비 FA 열풍
고우석 역대급 제안 거절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
2022 프로야구 시즌이 종료되고 지난 11월부터 FA시장이 열리면서 각 팀들은 바쁜 스토브리그 일정을 보내고 있다. 매년 열리는 FA시장은 어떤 팀에게는 선수를 붙잡아야 하는 반면 다른 팀에게는 수준급의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특히 이번 2023 FA시장은 각 팀의 주전급 포수가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포수 연쇄 이동이 이루어졌다.
포수 매물 중 가장 핫한 선수였던 양의지가 FA 계약 역대 최고액인 152억 원으로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했다. NC는 한순간의 팀의 주전 포수이자 4번 타자를 잃으며 포수 보강에 나서야 했고 두산의 박세혁을 영입하며 사실상 포수 맞트레이드가 됐다. 지난 시즌 기아로 트레이드된 박동원이 LG로 이적하면서 LG의 유강남은 롯데로 팀을 옮기며 무려 주전급 포수 4명이 팀을 옮겼다.
정규시즌 2위 LG
주전급 선수 이탈
2022시즌 목표로 했던 28년 만의 통합 우승에 실패해 최종 순위 3위에 그친 LG 트윈스는 스토브리그에서 큰 변화를 피하지 못했다. 2년 임기가 만료된 류지현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해 LG를 떠났다. LG는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사령탑을 역임했던 염경엽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내년에 LG가 우승에 재도전하려 해도 선수들의 이탈이 두드러져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주전 1루수 채은성이 한화로 떠났고 안방마님 유강남이 롯데로 팀을 옮겼다. LG의 우타 거포 외야수 이형종과도 결별했다. 박동원을 데려오긴 했지만, 보상선수로 좌완 특급 김대유를 내주면서 투타에 걸쳐 주축 선수 4명이 이탈해 LG는 내년에 대권도전이 버거울 것이라는 시선이 제기됐다. 여기에 특급 마무리 고우석을 잡기 위해 엄청난 조건을 제시했지만, 고우석이 계약을 거절해 반드시 내년 시즌 우승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SSG가 시작한
비 FA 열풍
최근 KBO에는 FA 계약뿐만 아니라 비 FA 계약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시즌 SSG가 KBO리그 최초로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이 FA로 풀리기 전 비 FA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다른 구단들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소속팀 선수를 FA시장으로 내놓기 전에 집안 단속을 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의 구자욱이 비 FA로 5년 120억 원에 계약했고 10월에는 롯데의 박세웅, 지난 17일에는 NC가 구창모와 7년 132억 원으로 비 FA 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역대급 비 FA 계약이 성사될 뻔했지만, 선수의 거절로 위기에 놓인 팀이 있다. 바로 LG트윈스와 고우석이다. LG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구단으로부터 비 FA 다년 계약을 제안받았다. 8년 계약 기간에 지금까지 계약 사례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을 제안받았으나 고우석은 이를 거절했다.
파격적인 제안
계약 거절 이유
고우석이 제안받은 계약 규모는 앞선 사례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역대 최고액이었다. 액수가 무려 200억 원이라고 추정될 정도다. 그러나 LG의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2017년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올해까지 6시즌을 뛰었다. 2024시즌까지 두 시즌을 더 뛰고 8시즌을 채우면 FA 자격을 얻게 된다. 빠르면 2025년 FA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 만 27세, 전성기 나이 때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할 기회가 생긴다.
155km가 넘는 강속구가 장점인 고우석은 올 시즌 한 단계 성장했다. 슬라이더(커터), 커브 등 변화구 구사와 제구력이 더 나아졌다. 2016~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을 뛴 오승환의 사례를 참고하면, 고우석이 빠른 직구를 뒷받침할 변화구 하나를 확실하게 갖춘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
2019시즌 처음 마무리 보직을 맡아서 8승 2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했다. 2020시즌 무릎 부상과 수술을 받으면서 4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부진했지만, 2021시즌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 올해는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성적이 상승 곡선이다. 첫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았다.
이정후와 고우석
메이저리그 가능성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면서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에도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후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고우석은 현시점 KBO 최고 마무리 투수다. 특히 이 둘의 인연은 각별한데 2016년 청소년 대표팀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쌓아왔고 내년 1월 이정후의 여동생과 고우석이 결혼이 예정되어 있어 이정후의 매부가 된다. 말 그대로 ‘처남/매부’로 부르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명의 ‘처남과 매부’가 올해를 기점으로 상당히 범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정후가 소속팀에 ‘내년 시즌 이후 포스팅’을 요청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상태고, 고우석 역시 소속팀의 ‘비 FA 다년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FA 이후 메이저리그로 가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야구를 잘하는 두 젊은이들의 ‘패기 있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만약에 두 사람이 예정대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이정후는 2024시즌부터, 고우석은 2025시즌부터 미국 땅을 밟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둘이 한솥밥을 먹을 수도 있고, 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 어떠한 만남이 이루어지건 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타 두 기둥이 타지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물론, 아직 20대 중반에 머문 두 이의 활약 여부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일단, 둘의 첫 시험 무대는 2023 WBC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