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꼬박 모아도 내집마련 어려운 홍콩에 등장한 ‘귀신의 집’ 매물

홍콩은 집값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오죽하면 홍콩에서 내가 번 돈으로 집을 사려면 소득을 일 전 한 푼 쓰지 않고도 꼬박 40년이 넘게 걸린다는 말이 있죠. 이렇듯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홍콩에서는 최근 ‘흉가’라는 대안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홍콩에 등장한 ‘귀신의 집’ 매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YOWOOtrip|최희진 기자

평당 아파트 가격 1억 넘어
직업 있어도 맥도날드 전전

홍콩의 집값은 상상이상으로 비쌉니다. 평(3.3㎡) 당 아파트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치솟는 주택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홍콩 주민들은 임차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몰리고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자 수는 27만 명에 달하며, 공공 임대주택에 입주하기까지 평균 대기기간은 5년 1개월이 걸려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PIR 경제지표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안방, 거실, 주방, 욕실 구조의 19평대 주택을 사는 데 꼬박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다른 도시들도 높긴 하지만 20년에 근접한 도시는 거의 없었죠. 부동산 거품 지수 또한 홍콩이 2.03으로 거품 위험 1위를 차지했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돈벌이가 비교적 괜찮은 전문직들도 홍콩을 포기하고 떠나는 실정인데요. 폭등하는 집값을 견디지 못해 이민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산층에게 허락될 뿐 홍콩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비좁은 극소 주택에서 살거나 버젓한 직업이 있어도 맥도날드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홍콩 전역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잠을 청하는 맥난민 중 57%가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들이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은 지새는 이유는 홍콩의 높은 임대료와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홍콩에서 시세보다 30%
싸게 집 살 수 있는 방법

집값이 날로 치솟는 홍콩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시세보다 약 30%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자살이나 살인, 사고사 등 사망사고가 발생한 흉가를 구입하는 방법입니다. ‘귀신의 집’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매물은 인근의 일반 다른 아파트나 주택에 비해 약 20~3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예컨대 임대료 월 1만 3천 홍콩달러인 아파트에서 돌연사가 발생했다면 약 30% 저렴한 9천 홍콩달러(약 128만 원)까지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죠.

이런 변동성은 단순 임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매매의 경우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홍콩인들에게 흉가 매입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단순히 흉가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집값이 워낙 비싼 홍콩에서는 시세보다 저렴한 흉가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아파트들은 내 집 마련이 큰 고민거리인 젊은 층에게 각광받고 있죠. 게다가 최근 홍콩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3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는데요. 이런 불확실한 시기에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살인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는 더욱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살인 사건 일어났다는 이유로
시세보다 22.6% 싸게 팔려

실제로 지난 2010년 홍콩 부동산 임대업자 응 군-라우는 방 한 개에 창문도 잘 열리지 않는 작고 어두운 9평짜리 아파트를 구매했는데요. 당시 시세보다 30%나 싼 1억 4천만 원에 살 수 있었던 것도 죽음에 연루된 매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에 살던 남자가 집에서 석탄을 피워 자살했고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살던 여성 경찰관은 목을 매 자살한 사실이 주변에 알려졌기 때문이죠. 최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17평 아파트도 같은 층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유로 시세에서 22.6% 할인된 가격인 890만 홍콩 달러 정도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홍콩의 부동산 중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 시장이 불안정할 때 가격이 먼저 떨어지는 것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매물인데요. 이런 부동산은 인근 주택보다 약 최소 20% 정도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해 외국인 투자자나 흉가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콩 현지의 부동산 평가 기관 또한 사망 사건이 일어난 주택을 자료화해 주택 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홍콩의 대표 온라인 부동산포털인 스퀘어풋은 지난 2019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무려 54%가 흉가를 매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