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수십 채 쓸어 담은 ‘비트코인 환치기’ 과정 살펴봤더니…

지난 4월 3일 비트코인 가격이 7,500만 원 선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국내 가상화폐 열풍이 다시 일어나면서 환치기가 의심되는 송금 또한 급증하고 있죠. 4월 들어 2주 사이 시중 은행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된 돈은 지난해 월평균의 10배가 넘는 1,08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중국에서 가상화폐를 사서 국내로 들여오려는 시도로 추정되는데요. 불법 외환 거래로 강남 아파트까지 구매했다는 ‘비트코인 환치기’ 과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YOWOOtrip|한정미 기자

비트코인 이용한
환치기 수법 극성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되자 중국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들여와 비싸게 팔아 환전한 뒤 다시 중국으로 송금하는 ‘차익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관세청은 서울 아파트를 11억 원에 매입한 중국인 A 씨를 조사하던 중 아파트 구매 대금 중 4억 5000만 원을 중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것을 포착했는데요.

조사 결과 A 씨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더 비싼 가격에 비트코인을 팔아 한국 돈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중국인도 이런 수법으로 강남의 14억짜리 아파트를 구매한 정황이 포착되었죠. 이외 무역업을 하며 수출입 신고를 누락하고 탈루한 세금으로 서울 아파트를 산 중국인들도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이들이 산 아파트는 강남과 서초 등 모두 무려 수십 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에서 해외 송금
시도하는 중국인 급증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더 비싼 것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최근 국내에서 가상 자산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자 비트코인 환치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급증했는데요. 이달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개인별 연 최대 해외 송금 한도인 5만 달러(한화 약 5600만 원)를 맞춰 중국으로 송금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시중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갑자기 5만 달러를 꽉 채워서 중국으로 송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며 “평소에 중국인 방문이 많지 않은 수도권 영업점에서도 송금 사례가 확인되었다”라고 덧붙였는데요. 실제로 지난 2018년 암호화폐 투자 광풍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50%까지 치솟았을 때에도 이런 수법으로 국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중국인들 사례가 대거 적발된 바 있습니다. 김치 프리미엄은 이달 7일 23%까지 치솟았다가 22일을 기준으로 8%대를 기록 중입니다.

중국인 34명, 환치기로
서울 강남 아파트 구매

관세청은 27일 서울시내 아파트를 불법적으로 구입한 외국인들을 대거 적발했습니다. 이중 환치기와 관세포탈 등 불법적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외국인은 17명, 외환당국에 부동산 취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외국인 61명에 이르렀는데요. 이들이 매입한 아파트는 55채, 매입 대금은 840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아파트 구매자의 국적은 중국이 3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 호주 등이 뒤를 이었는데요. 아파트 매입은 강남구가 1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초구와 송파구 등 강남 3구에 22건이 집중되는 등 주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외 중국인 거주가 많은 영등포구에서 6건이 이뤄졌으며 구로구에도 5건의 불법 아파트 거래가 포착되었죠.

‘의심될 시 송금 거절’
금융 당국도 단속 강화

김치 프리미엄으로 인한 해외 송금 사례 증가에 대해 은행들은 현재 자발적인 조치에 나선 상태입니다. 시중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송금은 명확하게 거절하도록 전 영업점에 공문 및 긴급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송금 이유를 최대한 면밀하게 파악해 의심스러우면 송금을 거절하는 것을 최선의 조치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완벽한 방지는 사실상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시중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비트코인 환치기로 인한 수상한 송금을 제어하려고 최대한 시도 중이지만 5만 달러 이내 개인 대상 해외 송금은 물리적으로 완벽히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에 당국 차원에서도 비트코인 환치기 사례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세청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최근 3년간 서울시내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외국인 500여 명을 조사해 단속 실적을 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 환치기 조직 10개도 적발해 추적하고 있는데요. 관세청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해외 자금을 반입하는 통로를 원천 차단하고 불법 조성된 자금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해 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