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중국어해요” 3년차 고시생들이 임용 포기한 현실이유

교사 지망생 권 모 씨는 중국어 교사 임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중국어만 배워도 취업이 수월하다며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았고, ‘중국어는 전망이 있어서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요즘 중국어를 포함한 제2외국어 교육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소식일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어 임용 선발 ‘0명’
내년 임용도 어려워

2022학년도 공립 중등교원 임용시험 사전 예고에서 중국어 임용 선발 정원을 ‘0명’으로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선발 인원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했지만 한 명도 뽑지 않는 건 중국어 교사 선발을 시작한 이후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에 따라 많은 중국어 임용시험 준비생이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2년째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이 모 씨(30)는 “내년을 기약하기도 어려워 공기업이나 사기업 취업으로 방향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죠.

교육계는 중국어만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제2외국어가 말라죽어가고 있다며 아우성입니다. 지난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2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때문인데요. 교육계는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선택한 학생 수가 전년 대비 20.7%나 떨어졌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체 수능 지원자가 3.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감소입니다.

제2외국어 과목 임용 선발 정원이 ‘0명’인 건 처음이 아닙니다. 인기 과목으로 꼽히던 일본어도 2020학년도 티오는 0명이었죠.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20년 가까이 임용이 없다가 이번에 겨우 선발을 시작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가 “중국어 교사는 수요 대비 충분한 상태라 올해는 뽑지 않기로 했다”라며 이유를 밝혔지만 불안정한 제2외국어 임용 추세에 교육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근 한중 관계 악화와
기형적인 외국어 교육

제2외국어 영역은 올해 수능부터 절대 평가로 바뀌면서 지원 학생 수가 급감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여기에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제도인 ‘고교학점제’가 2023년부터 시행되면 제2외국어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2외국어는 다른 과목에 비해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데 필수가 아니다 보니 굳이 선택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많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2외국어 대신 코딩을 가르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몇 교사들은 10대 학생들이 중국어를 외면하는 이유가 교과의 난이도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학생들이 중국어의 성조나 간자체를 어려워하는 데다, 선택 인원이 적다 보니 다른 과목에 비해 내신을 따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선택권이 넓어진 상황에서, 중국어 외에 다른 교과들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라며 덧붙였습니다.

최근의 한중 관계 악화와 반중 정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중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보는 SNS에서 ‘동북공정 이슈’, ‘알몸 김치 사건’ 등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되다 보니 학생들이 중국어 선택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중국어 교사를 안 뽑았는지 확인했다는 소문도 들려 교육계는 한 층 더 혼란스러워졌죠.

관련 대학 학과들 존폐 위기…
‘일정 수준은 유지해야’

타격을 받은 건 임용 선발 정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의 제2외국어 관련 학과들도 존폐 기로에 놓여 있는데요. 한국외국어대는 2022학년도부터 프랑스어교육과와 독일어교육과, 중국어교육과를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합하여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입학 정원도 축소되었죠. 이에 프랑스어, 독일어 등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제2외국어 교육학과가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원단체 등에선 고교학점제와 교원 수급 정책이 반대로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적은 수의 교사라도 계속 충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외국어 인재 자원을 계속 양성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외국어 교사 임용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