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취소했다” 전기차 포기하고 내연기관에 올인하겠다는 하이퍼카 회사

급진적인 전동화
결국 무릎 꿇는
슈퍼카 제조사들

파가니 C10 테스트카 / Motor 1

“전기차요?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요”, “우리 회사에 전기차는 앞으로도 절대 없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회사들이 전기차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내뱉었던 단골 멘트다. 하지만 생각보다 강하게 몰아치는 전동화 폭풍 앞에서 그들은 하나둘씩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슈퍼카의 상위 차원이자 고성능 스포츠카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하이퍼카 업계는 어떨까? 이쪽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코닉세그는 지난 2020년 브랜드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 ‘제메라’를 출시했으며 전기 하이퍼카 제조사 ‘리막’으로부터 배터리팩을 공급받고 있다. 부가티는 아예 리막과 손잡고 설립한 합작사 부가티-리막을 통해 10년 내로 첫 전기차 출시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부가티, 코닉세그와 함께 하이퍼카 3대장으로 꼽히는 파가니는 어떨까?

시도는 해봤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호라치오 파가니

생산 중인 파가니 와이라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파가니 역시 지난 2018년부터 전기차 연구 개발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14일 외신 ‘오토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파가니가 전기차 개발을 취소하고 한동안 V12 순수 내연기관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파가니 창립자이자 현 CEO인 ‘호라치오 파가니’는 오토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기차는 감성이 부족합니다.”

파가니의 본래 계획은 4년간의 전기차 개발을 마치고 와이라 후속 모델 C10의 파생 모델로 전기차를 내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년 수익의 15~20%를 R&D에 투자하는 파가니가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가차 없이 폐기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파가니는 엔진음을 포함해 내연기관이 주는 축복과도 같은 감성을 차마 내려놓을 수 없었다. 엔진음은 슈퍼카와 하이퍼카 공통으로 각 회사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성 못 잃어
너무 무겁기도

파가니 존다 레볼루션

파가니 와이라 코달룽가

그들에게 엔진음 없는 고성능 스포츠카는 목소리를 잃은 가수와도 같을 것이다. 엔진음만 사라져도 빈자리가 이렇게 큰데 변속을 통한 엔진과의 상호작용마저 사라진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라치오 파가니는 전기차를 이해해 보기 위해 테슬라 차량을 직접 구매해 운전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업계의 소문을 생각하면 마치 채식주의자가 뭐가 그렇게 좋아서 다들 육식을 하는지 이해해 보기 위해 고기를 먹어본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파가니는 테슬라가 목적에 충실한 전기차를 만든다고 추켜세우면서도 극단적인 고성능에 목매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모두가 고성능에만 집착한다면 각자의 특색 없이 서로를 닮아가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다. 또한 파가니의 연구에 따르면 전기 파워트레인 탑재 시 배터리 무게만 600kg에 달한다. 이는 와이라 R 총중량의 반 이상이다. 만약 총중량 1.3톤 이내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었더라면 계속 밀고 나갔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V12 계속 만든다
C10 연내 출시

파가니 C10 테스트카 / Motor 1

국내에서 포착된 파가니 존다 F / 보배드림

이는 파가니가 아직 전기차를 만들 때가 아닐 뿐 앞으로도 전기차를 내놓지 않겠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2035년 이후 신규 내연기관 모델 출시를 금지한 EU가 파가니를 포함한 일부 슈퍼카, 하이퍼카 제조사에 약간의 유예 기간을 줬지만 이후에도 내연기관만으로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호라치오 파가니는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V12 엔진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으며 한동안 V12 엔진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가니의 차세대 모델 C10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C10은 쿠페와 컨버터블, 그 외 스페셸 에디션까지 약 200대만 생산될 예정이며 이미 주인이 모두 정해졌다. 와이라가 2011년 출시 후 작년까지 약 280여 대가 판매되었다는 걸 감안하면 적은 수준이다. 파가니는 C10 개발을 사실상 마쳤으며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출시일이 10월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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