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규제 대상이라고?” 전기차 가상 엔진음 취향대로 선택 못 한다

전기차 가상 엔진음
단조로운 소리 벗어나
자유롭게 고른다면

길을 걷다가 옆을 천천히 지나는 전기차에서 나는 ‘위잉’ 소리를 들은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SF 영화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이 소리는 ‘가상 엔진음‘이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나 저속에선 엔진을 잠재우고 모터를 주로 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근접할 경우 소리만으로는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는 자칫 보행자와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지난 2019년부터 전동화 모델의 가상 엔진음 기능이 전 세계적으로 의무화되는 추세다. 그런데 만약 이 가상 엔진음을 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내 전기차에서 8기통 엔진음이 난다면 재밌지 않을까? 실제로 이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뻔한 적이 있었다.

완성차 업계 제안
거절한 NHTSA

테슬라 모델 S / 네이버 카페 ‘남자들의 자동차’
테슬라 모델 3 / 네이버 카페 ‘남자들의 자동차’

가상 엔진음 의무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9년, 테슬라를 포함한 완성차 업계는 미국 고속도로 교통 안전국(NHTSA)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전동화 모델의 가상 엔진음을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이런 선택권이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해 전기차 판매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NHTSA의 결정은 꽤 오래 걸렸다.

그 기간 동안 테슬라는 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겼다. 지난 2020년 테슬라 차량 정기 업데이트에 ‘붐박스 모드’를 추가한 것이다. 붐박스 모드를 활성화할 경우 테슬라 차량의 가상 엔진음을 내는 외부 스피커를 통해 운전자가 선택한 음악을 재생하거나 효과음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붐박스 모드에 제약이 걸릴 전망이다. NHTSA가 2019년 받은 제안에 대한 답을 마침내 내놓았는데 거절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음 선택 시
보행자 위험해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NHTSA가 완성차 업계의 제안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였다. 애초에 보행자와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생긴 가상 엔진음이 되레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가령 뒤에서 접근하는 전기차가 바람 소리나 새 소리를 낸다면? 보행자들은 그게 자동차일 거라곤 상상도 못할 것이다.

특히 시각 장애인 단체는 이에 대해 “비장애인이라면 호기심에 뒤를 돌아볼 수라도 있지만 시각 장애인들은 확인하기 어려워 위험성이 매우 커진다”라며 우려했다. 가상 엔진음이 안전 사양인 만큼 여기에 개성을 부여하는 건 섣부른 결정이며 자칫 본래 목적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다.

소리 차별화 가능
같은 차종은 통일

G80 전동화 모델
리비안 H1T 테스트카

NHTSA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가상 엔진음의 차별화를 허용하되 차종 단위로만 달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조건이었다. 예를 들면 아이오닉 5와 EV6의 가상 엔진음을 다르게 적용할 수는 있지만 같은 아이오닉 5 차량끼리는 같은 소리를 내야 한다. 단 동물 소리나 파도 소리 등 자연음을 모방한 소리는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 조항을 두기로 했다.

일부 네티즌은 이 결정에 대해 규제를 조금 더 완화해도 괜찮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가령 현재의 음원 포멧 MP3와 같이 전동화 차량의 가상 엔진음 통합 규격이 생기고 가상 엔진음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면? 가상 엔진음 업로드 단계에서 적합성 여부를 심사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진다면 안전한 범위 내에서 개성 표현도 할 수 있으며 수익 창출도 가능한 하나의 시장이 될 수도 있다. 완성차 업계와 각국 정부 기관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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