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7배’ 역대급 물량 몰린 중국 택배기사들의 현 상황

지난 11월 11일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중국 최고의 쇼핑시즌 광군제였습니다. 숫자 1의 모습이 외롭게 서 있는 사람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날 솔로들을 챙겨주는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죠. 특히 2009년 광군제를 맞아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자회사 타오바오몰을 통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쇼핑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들이 이 할인 행사에 동참하면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능가하는 중국 최대 쇼핑 이벤트로 탈바꿈했는데요. 올해 광군제에도 하루 주문량이 13억 건을 넘어서면서 중국 택배 기사들은 평소보다 몇 배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요. 평소의 7배 넘는 역대급 물량이 몰린 중국 택배기사들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YOWOOtrip|이한율 기자

배송비만 100만 원 이상,
황당한 광군제 할인행사

평소보다 많은 물량이 몰리면서 배송 상의 문제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11일에 성공적으로 물건을 구매했다고 해도 일주일이 다 되도록 물건을 받아보지 못한 이들도 많죠. 10조가 넘는 물건들이 한꺼번에 중국 전역으로 배송되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집계조차 할 수 없는 크고 작은 배송 사고도 종종 발생하죠. 어이없는 사건도 쏟아집니다. 그중에서도 올해 광군제에 발생한 가장 황당한 사건으로 배송비가 100만 원이 넘게 청구된 사건을 꼽을 수 있는데요.

광시성 난닝시의 노 모 씨는 올해 광군제에 타오바오에서 개당 2.7위안(455원)의 LED 부품 10개를 발견하고 구매를 시도했습니다. 해당 제품은 평소 온라인몰에서 약 40위안(6,700원)까지 호가하던 상품으로 할인 행사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득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죠. 하지만 노 모 씨는 상품 결제 버튼을 누른 후 최종 결제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송비를 포함한 최종 금액이 9000위안(151만 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입니다. 개당 2.7위안의 상품 가격은 변함없었으나 문제는 배송비였는데요. 판매 업체 측은 상품을 평소보다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명목 아래 거액의 배송비를 붙여 거래를 이어왔던 것입니다. 이에 노모 씨는 “당시 통장 잔고가 부족했기에 다행이었다”라며 “잔고가 넉넉했다면 그대로 결제돼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 전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거액을 지불하는 피해자가 있을까 봐 걱정된다”라는 말도 덧붙였죠.

올해 광군제에 발생한 이 황당한 사건은 현지 주요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중국 내에서도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에 수많은 판매 업체가 등록되어 있는 타오바오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배송비와 상품 가격 등 세부 사항은 입점된 업체가 결정하는 요소”라며 본사와는 관련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결제 전 청구된 금액을 반드시 확인하고 최종 결제 버튼을 누를 것”을 소비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하루 주문량 13억 건 이상
택배 기사들은 물류 전쟁 중

올해 광군제 당일인 11일 하루 주문량이 총 13억 5,000만 건을 돌파하며 중국 택배 기사들은 물류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택배 물량이 평소의 7배로 불어나면서 택배 기사들의 하루 일과도 바빠졌는데요. 중국 내 약 210만 명의 택배 기사들이 가장 바쁜 골든 위크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따른 택배기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베이징 일대에서는 배달원 한 명이 하루 700~1000 건에 이르는 물건을 배송하는 초인적인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택배 회사 윈다 콰이디의 택배원 장 모 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이 넘게 물량을 배송한다고 밝혔는데요. “점심을 먹는 5~10분의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라며 “할당받은 물량을 모두 당일까지 배송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살인적인 노동량에도 근무 조건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광군제 당일 하루 판매량은 10년 전의 100배로 치솟았지만 물량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 기사는 정작 7배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택배 기사들은 대량의 물류를 처리하기 위해 엄청난 작업량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배송 양은 몇 배 이상 늘어났지만 일당은 600원(약 10만 원)에 그치는 등 노동량 대비 적은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죠.

택배 물량 늘었지만…
택배 업체 이익 감소하는 이유

이는 택배 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정작 매출이 뛰어야 할 일부 택배 업체들의 순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중국 택배 업체의 가맹 제도 때문입니다. 현재 윈다, 위안퉁, 선퉁 등 중국 대표 택배회사들 대부분이 가맹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경쟁에 몰린 가맹점들이 계속해서 가격을 낮추면서 택배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비용도 덩달아 감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광군제에 엄청난 택배 양이 몰리고 있으나 택배 기사와 업체의 고심은 오히려 깊어지는 상황입니다. 이에 타오바오의 자회사인 알리바바 측은 대규모 인원 투입을 투입하고 로봇, 드론 같은 첨단 기술 동원하는 등 배송망 정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배달 지연 문제가 완화되고 택배 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