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생존왕 인천
구단 사상 첫 ACL 진출
19년 만에 클럽하우스 완공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돌풍 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인천이 빠질 수 없다. 매년 ‘잔류왕’ 혹은 ‘생존왕’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강등권을 전전하던 인천이 올 시즌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인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인천이 올 시즌 찬사를 받는 이유는 최고의 전력이 아닌 가운데서도 목표했던 성적을 모두 이뤘기 때문이다.
인천의 돌풍은 시즌 초반부터 이어졌다. 시즌 도중 일본으로 이적했지만, 인천의 스트라이커로 떠나기 전까지 K리그 득점 1위를 기록했던 무고사의 활약에 힘입어 인천은 전반기까지 줄곧 리그 2위를 유지했다. 전문 골잡이 무고사가 이적하면서 인천의 돌풍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와 기존 국내 선수들이 공백을 채우며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역사상 첫 ACL 진출
내년 로드맵 발표
조성환 감독의 뛰어난 리더십과 전술, 선수들의 맹활약 덕분에 승강제 도입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인천은 강등권 탈출을 의미하는 ‘잔류왕’이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벗어던졌다. 게다가 2위 팀 전북 현대가 FA 컵을 우승하면서 기존에 리그 3개 팀과 FA 컵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ACL 티켓이 인천에 넘어오는 어부지리 행운도 얻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조성환 감독의 뛰어난 대처 능력이 돋보인 한 해였다. 팀 전력의 핵심인 무고사의 이탈과 새로 합류한 용병 에르난데스의 시즌 아웃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선수 기용과 전술로 이를 모두 커버했다. 따라서 구단과 조성환 감독은 내년 시즌 전력을 더욱 강화해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한 로드맵을 일찌감치 발표했다. 인천은 지난 12일부터 제주-태국-창원으로 이어지는 세 차례 동계전지훈련에 돌입해 담금질에 나서고 있다.
넘어야 할 고비
인천시 예산 지원
사실 인천의 ACL 진출의 꿈은 아직 미완성이다. FA 컵 우승팀의 몫을 승계받은 출전 자격에는 한 단계 넘어야 할 고비가 더 있다. 내년 8월 ACL 본선 진출 자격을 놓고 2차 예선 승자와 플레이오프전을 치러 승리해야 확실한 진출권을 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 시즌보다 더 단단한 팀 전력을 갖춰야 하는데 다행히 부상으로 이탈했던 에르난데스가 복귀할 예정이고 수비수 델브리지와도 2년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조성환 감독은 “세 번의 전지훈련을 통해 휴가에서 복귀한 선수단의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일찌감치 새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전지훈련의 성과를 반드시 낼 수 있도록 선수단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인천의 내년 시즌 예산이 화제가 됐다. 시민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150억 원의 예산을 보유하게 되면서 외국인 예산만 무려 90억 원으로 알려졌다. 시가 지원하는 인천의 보조금은 전액 모두 시에서 지원하는 돈이다.
창단 19년 만에
축구 센터 개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낸 인천에 또 다른 희소식이 찾아왔다. 지난 2003년 창단 이후 무려 19년 만에 숙원이었던 축구 센터를 개관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인천 구단은 다가올 2023년 창단 20주년을 염두에 두고 착공했던 축구센터의 준공검사를 마치고 이날 지자체와 구단 관계자, 선수단 및 구단에서 선착순으로 모집한 팬 25명 등과 함께 개관식을 치렀다.
그동안 인천 선수단은 전용 클럽하우스와 연습구장이 없어 팀 훈련을 위해 승기 사업소 축구장과 문학경기장 보조구장 등을 예약해야 했다. 부대시설 부재로 휴식 여건이 열악했고, 식사 시 이동시간도 길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인천광역시는 국비 38억 원을 포함해 129억 원을 들였다.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조성해 선수단의 사기 진작과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명문 시민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축구센터 건립이 절실했다.
인천의 축구센터 개관에 담긴 의미는 크다. K리그2(2부) 강등 경험이 없는 유일한 시민구단이지만 매년 간신히 강등을 면해 ‘생존왕’이란 별칭이 따랐다. 그러나 지난해 K리그1 8위로 조기에 잔류를 확정한 데 이어 올해는 4위로 창단 첫 ACL 티켓까지 따냈다. 당연히 구단 구성원 모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구단의 정체성 강조
선수단의 만족감
인천이 새로 개관한 축구센터는 1층에 시청각실, 식당, 조리실을 마련했고, 2·3층에는 숙소, 체력단련실, 치료실, 라커룸, 목욕탕, 휴게실, 사무공간 등을 갖춰 성인 선수단(50여 명)과 유스 선수단(40여 명)이 사용할 수 있다. 인천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검정색 위주의 인테리어로 구단의 정체성도 강조했다.
특히 체력 단련실은 ‘억대’ 금액을 투자해 단장을 마쳤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인조 잔디 구장은 2023년 초봄에 완공 예정이다. 추가로 조성 중인 천연 잔디 구장도 2023년 내 빠르게 완료해 선수단에 최상의 훈련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축구센터를 통해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선수단의 분위기 및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축구센터는 명문 시민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시설을 둘러본 주장 오반석은 “2년 사이 구단의 여건과 분위기가 자연스레 좋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베테랑 이명주도 “이동 부담이 줄어 루틴을 유지할 수 있고, 부상 방지에도 효율적”이라며 “센터 생활로 1군은 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고, 유스들은 더욱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한편, 인천 조성환 감독도 “선수들과 한 공간에 오래 있을 수 있어 소통과 컨디션 관리 면에서 긍정적”이라며 “ACL 진출로 팀 성장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