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전시차
전국에 한 대만 남아
출고난 갈수록 악화
2020년 말에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자동차 업계 전체를 혼란에 빠트렸다.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출고 기간이 점점 지연되더니 6개월, 1년은 예사고 일부 차종은 1년 반을 기다려야 한다. 이제는 전시차마저 씨가 말라 차를 사기 전에 실물 보기조차 힘들 지경이 되었다.
현재 전기차 판매량 최상위권을 달리는 아이오닉 5는 전국에 전시차가 단 한 대만 남아 있다. 지방 거주자가 아이오닉 5를 구매하기 전 전시차를 보고 싶다면 서울에 위치한 송파대로점을 방문해야 한다. 근처 영업점에 문의해 봐도 전시차를 들여올 계획이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어쩌다 자동차 구매가 이렇게까지 어려워졌을까?
전시차 구매 경쟁 치열
EV6 전시차도 대부분 팔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출고 지연이 심해지자 고객들은 전시차 구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시차들은 전국의 영업점에 배정되어 한 달가량 전시된 후 각 영업점이 속한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을 중심으로 판매된다. 이미 방문객들의 손을 탄 데다가 자신이 원하는 사양이 아닐 확률이 높아 마냥 좋은 조건은 아니다.
이러한 전시차의 특성상 과거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이젠 그조차 없어서 못 구할 지경이 되었다. 전시차 판매 전산이 열리기가 무섭게 인기 콘서트 티켓처럼 순식간에 동이 나버린다. 아이오닉 5의 경쟁 차종인 기아 EV6도 현재 전국 영업점 중 37곳에서 전시 중이지만 이들 역시 조만간 볼 수 없게 된다. 대부분 전시차 판매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다.
전시차 배정 지연돼
전시차 없는 차종도
전시차가 판매된 후 빈자리에는 다시 새로운 전시차가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의 영업점 역시 출고난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각 완성차 업체 영업점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오닉 5는 전국에 전시차가 한 대만 남았음에도 추가 배정 소식이 없으며 EV6 역시 전시차 판매 계약 후 재배정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비단 현대차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GM은 쉐보레 볼트 EUV 전시차를 전국 전시장에 배치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량 회수했다. 고객 차량 인도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역시 2~3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으며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쌍용차마저 출고 대기 물량이 1만 대가 넘었다.
반도체 업체 안간힘
내년에도 이어질 듯
차량용 반도체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고 알려졌으나 막상 제조 난이도는 만만치 않다. 항시 진동과 충격에 노출되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만큼 상당한 내구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한 적이 없는 업체가 뛰어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피니언과 르네사스 등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라인 증설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질적인 생산량 확충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내년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황이 현재와 비슷할 것이며 적어도 내년 말은 돼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