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도입한 경찰
방법 특이해 화제
부당하다는 여론도
산유국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 경찰차로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 슈퍼카를 여럿 도입해 운용한다. 과시용이자 홍보 목적도 있지만 슈퍼카들의 과속 주행이 때때로 일어나는 이곳에선 슈퍼카를 경찰차로 굴릴 명분이 충분하다. 한 번은 평소보다 검소하게 제네시스 GV80을 도입한 바 있다.
반면 미국 경찰이 웬만한 도주 차량을 다 잡고도 남을 고성능 쿠페를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금 낭비라며 온갖 비판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최근 플로리다 주 에스캄비아 카운티 보안관이 경찰차로 쉐보레 7세대 콜벳 Z06 모델을 도입했는데 그 계기와 방법이 독특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용의자에게서 압류하고
비영리 재단이 개조해
에스캄비아 카운티 보안관은 자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새로운 경찰차를 공개했다. 쉐보레 7세대 콜벳 Z06 모델로 얼마 전 체포된 마약 거래 혐의 용의자에게서 압류한 차량이다. 미국 헌법에는 경찰에게 범죄 용의자의 범행 관련 자산 압류를 허가하는 조항이 있다.
해당 차량은 슈퍼차저 6.2L V8 엔진을 얹은 고성능 쿠페로 최고출력 650마력을 뒷바퀴로 전달해 0-100km/h 가속 3.5초, 최고속도 330km/h의 동력 성능을 보여준다. 경찰은 규정에 따라 차체 곳곳에 경광등과 사이렌을 달고 경찰차 데칼을 입히는 등 대대적인 개조를 진행했다. 경찰차 개조를 위한 자금은 에스캄비아 카운티 보안관 비영리 재단에서 조달했다. 슈퍼카 경찰차를 실전용으로 사용하는 두바이와 달리 지역 사회 행사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사례
압류한 슈퍼카 판매금 기부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8년, 이탈리아 밀라노 경찰은 마피아 조직원을 체포하고 그의 페라리 458 스파이더를 압수해 경찰차로 개조했다. 경찰 리버리를 입하고 무전기와 사이렌, 경광등 등을 달았지만 순찰용으로 투입되지 않고 행사용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밀라노 경찰은 페라리 경찰차를 다시 순정 상태로 복구했고 경매에 올려 수익금을 마피아 범죄 피해자들에게 기부했다. 범죄자로부터 압류한 자산을 활용한 후 처리까지 완벽했던 사례로 손꼽힌다. 한편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사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 우라칸 등 경찰차를 특별 제작해 이탈리아 경찰청에 기부했다. 이 차는 실제로 장기 이송 등 신속한 기동력이 필요한 임무에 투입된다.
현행법상 합법
엇갈리는 여론
현지 네티즌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세금 한 푼도 안 들이고 정의구현까지 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범죄자 재산은 전부 몰수하고 봐야 한다”라는 반응이 있었던 한편 “아직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용의자인데 재산 압류가 허용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라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냥 경찰이 사심 채우려고 뺏어온 거 아니냐”, “만에 하나 용의자가 무죄 판결 받으면 어떻게 보상할 거냐”와 같은 반응도 이어졌다.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뿐만 아니라 범죄 용의자에게도 적용되는 조항인 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며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