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골 선사한 호날두
자국 매체도 최악 평가
유럽 선수 유일 워스트11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2-1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우루과이에 골득실 차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는데, 한국 승리에는 숨은 일등 공신이 있었다.
바로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다. 그는 2019년 유벤투스 소속 당시 한국 K리그 팀과의 친선경기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은 ‘노쇼’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날강두(날강도+호날두)’라 불리는 등 한국 축구팬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는데, 이날 경기로 ‘한반두(한반도+호날두)’라는 애칭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한국전에서 보여준 호날두의 경기력은 자국은 물론 해외 언론에서 조롱거리가 됐는데,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한국 첫 골 어시스트
박지성은 10점 만점 줘
한국전을 맞이한 포르투갈은 초반에만 해도 이번 월드컵 ‘우승 후보’ 다운 면모를 보였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5분 만에 히카르두 오르타가 선제골을 가져가며 1-0로 경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런데 호날두로 인해 한순간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 전반 27분 한국이 코너킥 기회를 얻었고 이강인(마요르카)이 올린 공이 호날두의 등을 맞고 골문에 서있던 김영권(울산 현대)에게 연결된 것.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김영권이 포르투갈의 골문을 열며, 호날두는 한국의 첫 골에 어시스트한 셈이 됐다. 과거 호날두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SBS 해설위원 박지성은 “호날두가 기가막힌 어시스트를 보여줬다. 그에게 10점 만점을 주고싶다”고 말했다.
이어 박 해설위원은 한 네티즌이 은혜 갚은 까치와 호날두를 합성한 ‘은혜 갚은 까치두’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을 읊으며, 참지 못하고 폭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SBS 해설위원인 이승우(수원FC) 역시 “호날두 선수가 한국 선수들을 많이 도와줬다”며 “한반두가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날 호날두가 한국에 도움을 준 것은 등 어시스트가 끝이 아니다. 전반 42분 호날두는 한국 대표팀 골문 앞에서 헤더 찬스를 얹었는데, 공이 전혀 엉뚱한 곳으로 향하며 포르투갈의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이에 호날두는 한국 축구팬들로부터 ‘한국 16강 도우미’, ‘한국의 수호신’ 등 칭찬했다. 한 네티즌은 헤더를 실축하는 모습을 “한국에 석고대죄한 호날두”라고 조롱했다.
자국민마저 등 돌린
호날두 경기력
이처럼 한국에서 호날두는 고마운 존재로 등극했지만, 자국에서는 실망스러운 행보로 외면받는 신세가 됐다. 지난 4일 포르투갈 매체 ‘아 볼라’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날두가 포르투갈 대표팀에 계속 선발로 출전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약 70%가 선발이 아닌 벤치에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총 몇 명이 참여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포르투갈 내 슈퍼스타인 호날두를 향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놀라움을 자아냈다.
호날두가 한국과의 경기뿐 아니라 1차전과 2차전에서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가나와의 조별리그에서 득점을 했지만, 페널티킥(PK)을 통한 골을 넣은 것을 제외하면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한 포르투갈 팬은 “호날두가 이제 더 이상 CR7이 아니라 CR37이다”라며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포르투갈이 16강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호날두는 조별리그 최악의 선수 명단에 뽑히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4일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를 뛴 선수들 중 최악의 선수11’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공격수 부문에 호날두의 이름이 올라온 것.
선정 기준은 포지션별 평점 순으로, 6.37을 받은 호날두가 공격수 중 최하점을 받은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함께 거론된 선수 중 유일한 유럽 선수인데, ‘데일리스타’는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인 호날두는 조별리그에서 매 경기 선발로 출전했지만, PK로 단 1골만을 넣었을 뿐 활약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국 민심도 잃고
팬심도 잃은 상황
한편 호날두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부터 각종 구설수로 시끄러웠다. 그가 영국 TV 토크쇼 ‘피어스 모건 언센서드’에 출연해 소속팀이었던 맨유에 대해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된 것인 것, 호날두는 “맨유가 자신을 배신했고, 에릭 텐 하흐 감독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폭탄 발언을 해 서로의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결국 지난 23일 맨유는 호날두와 상호 합의 하에 계약 해지를 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호날두는 소속이 없는 상태에서 월드컵을 출전한 선수가 됐다. 과연 적지 않은 나이에 경기력마저 의문을 품게 만드는 호날두를 어느 구단에서 영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