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스타플레이어 허웅
KCC서 필드골 제로 기록
부진 딛고 반등 노린다
지난 2021-22시즌을 데뷔 후 최고 전성기로 마무리한 허웅. 54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30분 20초를 뛰며 16.7점 2.7리바운드 4.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게다가 수많은 여성 팬들의 지지를 얻어 역대 팬 투포 신기록으로 인기상을 받았는데, 3년 연속이라는 기염을 토했디.
실력에 인기까지 겸한 허웅은 한국프로농구(KBL)에서 최고 스타플레이어 반열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던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된 그를 잡기위한 구단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일각에서는 고양 오리온을 인수한 허재 전 감독이 허웅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계약 기간 총 5년에 연봉 7억 5000만 원의 조건으로 KCC와 계약을 체결했다.
허웅 영입을 통해
지각변동 꿈꾼 KCC
KCC는 지난 2021-22시즌 9개 구단 중 9위로 마무리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2020-21시즌에 1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만큼, 프로농구 팬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에 구단 측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했는데, FA로 나온 허웅을 영입함에 따라 그 꿈을 이루려던 것이다.
특히 2019년부터 팀에서 활약하던 라건아와 허웅 그리고 이승현의 시너지를 기대했는데,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승현과 허웅 모두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승현의 경우 시즌을 앞두고 발목 수술과 재활로 올 시즌 정상 투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허웅의 경기력이 불과 한 시즌만에 부진해진 것이다.
이승현과 달리 허웅은 경기에 영향을 줄 부상이 없다. 물론 상대팀의 집요한 견제로 공격까지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겠으나, 이는 선수 누구나 겪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허웅은 지난 1일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 1라운드까지만 해도 득점에 문제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2라운드에 접어들어 다른 선수들보다 위력적인 득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총 6개의 야투(2점슛 3개, 3점슛 3개)를 시도했음에도 림을 가르지 못했는데, 결국 이날 경기에서 허웅은 ‘필드골 제로’게임을 치르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는 2019년 3월 19일 LG와의 경기 후 처음 나온 것인데, 무려 1353일 만에 필드골 제로를 기록하게 됐다. 자유투로만 4점을 획득하며 팀은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경기가 끝난 후 전창진 KCC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감독으로서 창피하다”고 팀의 부진한 성적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팀 전체적 공격 흐름도 흐트러졌을 뿐더러 실책을 연발, 공수의 코어가 되어야 할 허웅과 라건아의 부진이 못내 아쉬운 것이다. 이와 같은 총체적 난국을 본 전창진 감독은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잘못된 것 같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팀 분위기 반전 위해
감독과 미팅하기도
연패의 늪에 빠진 KCC는 분위기를 전환시킬 요소가 필요했다. 가장 먼저 앞장선 것은 다름 아닌 허웅인데, 수원KT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팀 훈련 때 전창진 감독에게 미팅을 제의했다. 정창진 감독은 허웅의 말을 수용하며, 선수단 전원이 라커룸에 모이게 됐다.
허웅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자리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에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는데, 허웅은 “정신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 감독님께 모두가 참여하는 미팅을 하자고 건의했다”라며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았고, 감독님이 너무 잘 들어주셔서 생각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첫 100점대 경기
반등 신호탄 쏜 허웅
미팅의 효과는 거짓말처럼 바로 나타났다. 3일에 있던 수원KT와의 경기를 맞아 올 시즌 처음으로 100점대 경기를 펼친 것이다. 이날 109-88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통해 3연패에서 탈출했는데, 허웅은 1라운드에만 12점을 넣은 것은 물론 총 26점을 쏟아 올려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팀 동료들도 고르게 활약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라건아는 20점 10리바운드, 이승현 14점, 김지완 13점, 론데 홀리스 제퍼슨 12점 등을 올렸다. 수훈 선수로 뽑힌 허웅은 인터뷰에서 지난 경기의 부진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솔직히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며 “절대적으로 몸의 문제는 아니었고, 정신적인 문제였다. 쉬는 기간에 그 부분을 잘 해결했다”고 답했다.
이어 허웅은 “상위권 순위 경쟁에 끼고 싶다. 경기를 하면서 우리가 1위 팀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전창진 감독 역시 “분위기 쇄신을 하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승리를 얻은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은 경기를 했다”고 선수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다만 여전히 KCC가 6승 11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데, 과연 시즌이 끝난 후 허웅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