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체중 5kg 오버
예정된 패배로 복귀 실패
3번째 경기로 돌아올 것
권아솔은 지난 18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굽네 로드(ROAD) FC 062’에서 나카무라 코지를 상대로 심판 만장일치 판정패했다. 이에 권아솔은 자신의 커리어를 전적 21승 13패로 이어가게 됐다. 무엇보다 9년 전 자신에게 하이킥을 날렸던 고지에게 복수전을 통해 3년 만에 화려한 복귀를 꿈꿨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경기가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기 전날 있던 계체량 행사에서 권아솔이 이미 패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계약 체중 73kg에서 5kg이나 초과했기 때문인데, 여기에 권아솔이 감량 중 기절하는 등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던 사실이 전해져 코지를 비롯한 팬들의 걱정을 자아냈다. 다만 3년 전 남의철과의 경기에도 계체량을 통과하지 못했기에, 코지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더라도 ‘불명예’ 꼬리표는 영원히 따라다닐 것이다.
로드FC 사상 전무한
체중 감량 계약
코지는 권아솔로부터 지목을 받아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이날 취재진은 코지에 컨디션과 관련해 질문했는데, “지금 컨디션은 너무 좋다. 감량도 거의 다 했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쉬고 놀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코지는 “아마 권아솔은 굉장한 체중 감량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감량에 힘들어할 모습을 상상하니깐 웃음이 자연스레 나온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확실히 내일 정해진 체중까지 감량해서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권아솔 넌 절대 못 빼. 난 내일 싸우지 않고 너의 파이트머니를 그냥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라고 감량 중인 권아솔에 비수를 꽂았다. 이처럼 말한 이유는 코지가 로드FC에 요구한 계약 조건에 따르면 권아솔이 계체량 통과에 실패한 경우 경기를 하지 않고, 권아솔의 파이트머니 50%를 자신에게 줘야 하는 것에 걸었기 때문.
이와 같은 조건은 로드FC 사상 전무한 계약으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당시 79kg이었던 권아솔은 체중 감량과 관련한 계약 사항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4일 로드FC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코지를 향해 “얼굴 보면 비열하게 생겼다. 꼭 일본 순사처럼 생겼는데, 생긴대로 논다”며 “살 안 빼 XXX야 돈 가져가려면 가져가 살 안 빼”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말과 다른 행동
사우나에서 기절까지
하지만 권아솔은 계체량 행사가 있던 17일 오전 기절해 응급실로 이송됐다. 사우나에서 수분을 배출하려 무리한 것인데, 계체를 위해 행사장에 도착했을 당시 다소 창백한 안색으로 스태프의 부축을 받아 체중계에 오르곤 했다. 다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개체에 임했으나, 무려 5kg이나 오버돼 계체량 통과에 실패한 것.
이를 두고 로드FC 정문홍 회장은 “오늘 아침 권아솔이 사우나에서 기절해 응급실에 간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물을 먹여서라도 데려오라고 했는데, 아마 그래서 체중이 올라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로드FC 팬들의 비난은 피하지 못했는데, 약속된 체중의 백 그램도 아닌 5kg이나 오버된 것은 선수로서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선수 자신에게는 물론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셈인데, 체중 감량 실패는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반면 코지는 약속된 -73kg에서 72.4kg으로 가볍게 계체량을 통과했는데, 앞서 “저런 몸을 하고 있는 것은 일반인이지 선수로서 자격이 없다. 내가 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비난을 표한 바 있다.
이에 코지 입장에서는 권아솔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대결을 하지 않아도 됐으나, 시합 진행 의사를 전한 것. 그는 “많은 생각을 해봤다. 그래도 싸우러 왔고, 기다려준 팬들이 있기 때문에 보답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 권아솔의 복귀전이 겨우 성사될 수 있었다.
권아솔은 결국 계체량 실패로 모든 라운드 감점 10점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 권아솔은 신중하게 탐색하며 왼손 잽과 오른발 킥 타이밍을 노렸고, 코지는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그러던 중 마지막 라운드 종료 약 1분을 남기고 코지가 테이크다운을 성공해 권아솔은 그라운드에 깔린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돈과 명예 모두 잃어
얻은 건 망신살뿐
심판은 만장일치로 코지의 손을 들었다. 이후 인터뷰에서 코지는 “아무래도 체중 차이가 많이 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한국에 올 때는 더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승리한 소감을 전했다.
졸전 끝에 패배한 권아솔은 “말을 많이하면 안 될 것 같다. 우선 사과의 절을 올리겠다”며 관중석을 향해 절을 했다. 그러면서 “저 때문에 고생하신 관계자분들, 심판, 팬 등 모든 분께 정말 죄송하다. 계체 실패에도 싸워준 나카무라 코지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방금 코지가 한 번 더 싸우자고 했다. 3번째 경기로 돌아오겠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권아솔과 코지는 2013년 로드FC 013에서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당시 권아솔은 코지에 하이킥을 맞고 실시하며 KO패를 당했는데, 최근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선수들을 상대로 설욕하겠다며, 복수전을 꿈꿨지만 개체 실패를 비롯한 연패로 그나마 있던 명예마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