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자책골’ 넣었다고 살해당한 축구선수,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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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역사상 최대 비극
자책골 넣었다가 피살된 선수
1994년 콜롬비아에서 발생

2022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기 내용이 이어지면서 월드컵에 열광하는 축구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구 최고의 스포츠 축제 중 월드컵은 항상 수많은 사건, 사고를 만들어냈는데, 그중 가장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 있다. 어떤 사건일까?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출전한 콜롬비아는 남미 지역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올라온 대표적인 우승 후보팀 중 하나였다. 국민들의 큰 기대를 받고 참여했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는 쉽지 않았다. 콜롬비아는 1차전부터 루마니아에게 1-3으로 크게 패배했는데,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2차전 역시 미국에게 1-2로 패배했다.

특히 미국과의 경기는 자책골이 결정적인 실점이 됐는데, 당시 남아메리카 대표 수비수로 유명했던 안드레아스 에스코바르가 미국의 크로스를 막으려다가 자책골을 기록하고 말았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연달아 패배한 콜롬비아는 3차전에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우승까지 기대했던 팀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자 콜롬비아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당시 콜롬비아 대표팀이 귀국하는 것을 주저할 정도로 콜롬비아의 분위기는 심각했는데, 실제로 마약 조직 메데인카르텔은 “선수들이 귀국하는 대로 살해하겠다”라는 협박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콜롬비아의 감독은 에콰도르로 피신했으며, 많은 선수들이 콜롬비아로 돌아가기를 포기했다.

자책골 넣은
에스코바르의 비극

하지만 자책골을 넣어 16강 탈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내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콜롬비아로 귀국했는데, 1994년 7월 2일 친구와 고향의 술집을 찾았다가 12발의 총알을 맞고 살해됐다. 당시 함께 있던 여자친구에 따르면 괴한은 에스코바르에게 “자살골 참 고맙구나”라고 비아냥거리며 12발의 총을 쏘며 한발씩 쏠 때마다 ‘골’이라고 외쳤다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에스코바르는 45분 만에 사망해,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에스코바르를 살해한 범인은 마약 카르텔 경호원인 움베르토 카스트로 무뇨스로 알려졌으며, 그는 갱단의 리더인 갈론의 운전사로 일했다.

‘자살골’ 단어가
‘자책골’로 바뀐 이유

당시 갈론이 월드컵 경기에 큰돈을 걸었다가 콜롬비아가 패배해 분노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갈론이 에스코바르를 살해한 배후라고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갈론에 대해 용의자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실제로 총을 쏜 카스트로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재판 결과 카스트로는 징역 43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10년 후인 2005년 모범수로 석방됐다.

에스코바르 피살 사건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에스코바르의 장례식에는 콜롬비아 국민 12만 명이 참석했으며, 1994 월드컵 16강전 경기 직전 선수들이 에스코바르를 추모하는 묵념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들의 골문에 골을 넣는 행위를 ‘자살골’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자책골’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에스코바르 피살 사건 이후에도 콜롬비아 국민들의 살해 협박은 이어졌다. 지난 2018년 7월 영국 언론 ‘더 인디펜던트’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 잉글랜드전에서 승부차기에 실축한 바카와 우리베가 SNS를 통해서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바카와 우리베는 3-2로 앞서고 있던 승부차기 상황에서 4번째 키커로 나섰지만 골대를 맞추며 실축했는데, 5번 키커였던 바카의 슛도 선방에 막히면서 콜롬비아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콜롬비아는
달라지지 않았나

카를로스 산체스 역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했다는 이유로 콜롬비아 팬들에게 살해 협박을 당했는데, 이에 대해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형인 사치 에스코바르는 “산체스의 신변이 걱정된다. 산체스가 받은 위협은 에스코바르가 받았던 위협가 다를 게 없다”라며 “그런 팬들은 진정한 팬들이 아니다. 반드시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스코바르의 충격적인 피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끔찍한 사건이네” “축구를 좋아한다면서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축구팬이라고 할 수 없을듯” “자책골 넣었다고 선수한테 총을 쏘는 게 말이 되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에스코바르의 피살 사건 후 콜롬비아는 16년 동안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41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콜롬비아는 당시 대회에서 8강에 진출했으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지역 예선을 뚫지 못하고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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