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주축 선수로 우뚝
발렌시아가 놓친 신성
팀 복귀한 이강인의 행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이강인(마요르카)이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서도 인정받는 신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 매체 ‘라리가 판타지 마르카’는 이번 월드컵 휴식 기간에 가장 많이 몸값이 오른 라리가 11명의 선수를 포지션별로 공개했는데,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이강인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의 몸값은 무려 510만 유로(약 69억 1200만 원)까지 올랐다. 여기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프랭키 데용, 로날드 아라우호, 쥘 쿤테가 있으며,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베다트 무리키를 제치고 가장 좋은 재평가를 받은 선수가 됐다.
지난 11월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크트’는 이강인의 몸값이 약 163억 원이라 평가했는데, 그가 2021년 마요르카와 계약했던 연봉 4억 8000만 원보다 40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처럼 불과 1년 만에 자신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린 이강인. 이에 그의 진가를 못 알아보고 푸대접했던 발렌시아 구단주만 발을 동동 구르는 신세가 된 셈이다.
풀타임 출전 아니라도
그라운드에서 가장 빛나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강인이 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를 본 사람들은 그가 풀타임으로 뛰지 않더라도 팀의 16강 진출에 혁혁하게 공헌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는 교체 투입 1분만에 최전방에 있던 조규성에 일명 ‘택배 크로스’를 올려 선제골을 도왔다.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는 선발로 출전했을 때에는 81분을 뛰며, 팀의 공격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이처럼 이강인의 발끝에서 만들어진 천금 같은 득점 기회들이 있었기에, 한국은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이 같은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강인이 본인의 생에 첫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스타들 사이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기량을 맘껏 보여줬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 특성상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떨릴 수 있으나, 이강인은 주특기인 좁은 공간에서의 팬텀 드리블이나 날카로운 코너킥, 탈압박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는 곧바로 몸값 상승으로 연결됐고, 라리가를 호령하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유스 시절부터 함께한
이강인 푸대접한 발렌시아
하지만 월드컵 전까지 이강인의 라리가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11살이라는 나이에 발렌시아 유스팀에 자란 선수다. 그렇게 발렌시아에서 유스팀을 거쳐 성인 무대까지 약 10년간 몸을 담았는데, 구단측에는 큰 중용은 받지 못했다. 물론 이강인 역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완벽하게 살리지 못한 점은 있으나,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훈련에서 제외하는 등 푸대접을 한 것은 가혹하기만 하다.
결국 쫓겨나다 싶이 2021년 발렌시아를 나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마요르카로 이적하게 됐는데, 지난 6월까지 발렌시아의 사령탑을 맡았던 호세 브라달라스 감독이 이강인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보르달라스 감독은 이강인이 팀을 떠나기 직전 발렌시아의 감독에 부임됐는데, 자신은 이강인을 붙잡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24일 보르달라스 감독은 스페인 매체 ‘레반테 EMW’를 통해 “당시 발렌시아 구단주는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마르쿠스 안드레를 영입하려고 했다. 안드레를 영입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쿼터제를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이강인을 방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르달라스 감독은 “발렌시아 구단주는 안데르의 플레이가 루이스 수아레스 같다고 칭찬하며 꼭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고 안데르를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끝으로 “이강인은 정말 좋은 선수였다. 기량이 출중한 것은 물론 훈련을 많이 시켜도 불평하지 않고 모두 소화했다. 그런데 구단은 이강인을 내보낼 거라며, 후련에서 제외하라고 했다”고 이강인을 내보내는 데 구단측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이적설에 마요르카는
일찌감치 빗장 잠가
한편 월드컵이 끝난 뒤 라리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되어 돌아온 이강인. 마요르카에 복귀하자 동료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16일 마요르카 구단이 공개한 영상에는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이강인의 환영식이 진행됐는데, 선수들이 2열로 늘어선 가운데 이강인이 그 사이를 통과하는 훈훈한 모습이 전해졌다.
또한 마요르카는 다른 구단에서 이강인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맡고 있고, 이강인이 팀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당장 겨울에 떠날 일은 없다”고 이적설을 일축했다. 실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뉴캐슬과 2부리그인 번리가 이강인 영입을 노리고 있는데, 과연 다가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