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 걸고 코리안 더비
2연패 노리는 박항서
올해는 김판곤 신태용도 출격
지난 19일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들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는데, 다음날 ‘이곳’에서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축제가 시작된 것. 바로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이다. 다만 해당 명칭이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이전 대회까지는 ‘스즈키컵’이라 불렸기 때문인데, 올해 일본의 미쓰비시 전기의 후원을 받으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또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참가하지 않기에,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미쓰비시컵은 한국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회 본선에 오른 국가 중 한국 감독이 무려 3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으로
라스트 댄스 나선 박항서
가장 먼저 살펴볼 한국 감독은 4년 전 베트남 대표팀을 AFF 챔피언에 오르게 한 박항서 감독이다. 베트남은 올해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데, FIFA 랭킹 96위로 미쓰비시컵에 출전하는 10개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AFF 챔피언 통산 두 번째 정상을 노리고 있는 베트남이다.
무엇보다 베트남 대표팀은 이번 무대에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있다. 2017년 베트남 23세 이하와 A대표팀을 이끈 박항서 감독의 ‘라스트 댄스’이기 때문이다. 5년 동안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는데, 2018년에는 베트남에 10년 만에 AFF 우승컵을 안겨준 것은 물론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베트남 역사상 월드컵 첫 최종예선 진출을 성공한 바 있다.
또한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2018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과 2018 자카르타-팔레방 아시안게임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서일까 베트남 대표팀은 이러한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준 박항서 감독에게 보답하고자 이번 대회도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1일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라오스를 상대로 6-0 대승을 거둔 것이다.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볼 점유율은 70.1%로 슈팅은 무려 27개를 날리며 라오스의 골문을 가로질렀다. 경기가 끝난 뒤 박항서 감독은 “첫 경기는 항상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모든 경기에 만족하진 못한다. 그러나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베트남의 질주를 막을
김판곤 말레이시아 사령탑
이번 대회에서 박항서 감독에게는 하나의 복병이 생겼다. 바로 B조에 함께 편성된 말레이사의 사령탑이 김판곤 감독이라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맡아 지휘했음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말레이사아 대표팀은 아시안컵 예선 통과에 성공했는데, 이는 1980 쿠웨이트 아시안컵 이후 43년 만에 자력으로 본선에 진출한 것.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무실점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미얀마를 1-0으로 이긴 후 2차전에서 만난 라오스를 5-0으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현재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다만 말레이시아는 2014년 이후로 베트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기억이 없다. 이에 마지막 3차전에서 마주할 베트남과의 경기가 향후 경기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판곤 감독은 “베트남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동남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다”고 강한 상대를 인정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다. 선수들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 어떤 상대라도 두렵지 않을 뿐더러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첫 대회 출전해 준우승
신태용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박항서 감독과 김판곤 감독과는 다른 조에 편성된 인도네시아도 이번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올랐다. 지난해 첫 출전했음에도 준우승을 일궈낸 저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올해 역시 1차전에서 캄보디아를 2-1로 제압한 후 2차전 브루나이를 7-0으로 꺾는 맹활약을 보여준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대승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신태용 감독이 있었다.
이 같은 선전을 통해 인도네시아는 태국과 함께 조 1~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그런데 신태용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에 무표정으로 일관해 관심을 모았다. 이를 두고 인도네시아의 여러 매체들은 “신태용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신태용 감독은 “당연히 승리한 것이 기쁘다. 내가 너무 기뻐할 경우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생각에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미쓰비시컵은 10개 팀을 2개 조로 나누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있다. A조에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브루나이가 있고, B조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미얀마가 배정돼 조 1,2위를 두고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다툴 예정이다. 이에 과연 결승에서 한국 사령탑들의 맞대결이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