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코치로써 오랜 인연
전술에서 알 수 있는 영향
스승 꺾고 FA컵 우승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아스널 선수에 눈독 들이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를 통해 알려졌는데, “과르디올라는 맨시티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아스널 센터백인 벤 화이트 영입을 목표로 한다”고 보도한 것이다.
현재 아스널과 맨시티는 EPL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을뿐더러 화이트가 아스널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어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이 내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와 아르테타의 과거 인연을 생각하면 말은 달라진다. 아르테타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과르디올라의 밑에서 코치로써 지도자 수업을 받았던 것.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들은 선수 시절 FC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는 등 현재까지도 두터운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과르디올라는 아스널이 가브리엘 제주스와 울렉사드로 진첸코 영입을 원할 때 흔쾌히 아스널에 보내주기도 했는데, 그 덕에 아스널은 이번 시즌 13승 1무 1패로 맨시티와 승점 5점을 앞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고 지략가 아르테타
과르디올라의 극찬
아르테타는 과르디올라와 함께 일할 당시 맡았던 역할은 행동대장으로 비유할 수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음 경기와 전체적인 계획을 짰다면, 아르테타는 수석코치 자리에서 작은 디테일마저 놓치지 않고 선수 한 명 한 명에 신경을 썼다.
이는 맨시티가 2시즌 연속 리그 우승, EPL컵 우승을 거머쥐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이로써 아르테타는 무려 3년 동안 수석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는 2019년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테타에 대해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책 ‘펩 시티:슈퍼팀 만들기’에서도 아르테타와 관련해 언급됐다. 지난 2012년 과르디올라 감독가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있었을 당시 아스널에서 선수로 활약하던 아르테타 감독에 전화해 전술과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는 것. 그의 전략은 상당한 도움이 됐는지 이후에도 자주 조언을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아르테타 감독을 향해 우호적인 입장을 표했다. 당시 맨시티에서 뛰던 르로이 사네 역시 “사람들은 언제나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훈련받는 것이 어떻냐고 묻는다. 근데 나는 아르테타 코치한테서 더 많은 걸 배운다”고 극찬했다.
닮은 듯 다른 전술
두 감독의 풀백 사용법
아르테타 감독은 아스널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일해 왔기에 축구 철학과 같은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실제 아르테타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처럼 선수 개개인의 짜임새를 중요시하고 점유율 위주의 경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풀백이다. 지난해 아스널은 누노 타바레스와 토미야스 타케히로를 영입했는데, 당시 큰 활약을 보이지 않던 선수들을 데려온 것을 두고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난은 칭찬으로 바뀌었다.
또한 아르테타 감독에게서 아스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르센 벵거의 전술도 엿볼 수 있다. 벵거 전 감독 특유의 빠른 역습을 신경 쓰는 등 과르디올라와 벵거의 전술이 섞인 듯한 느낌의 경기가 연출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스승과 제자의 대결
과르디올라에 항상 감사
지난 2019-20시즌 아스널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 지휘 아래 1994-95시즌(12위) 이후 가장 낮은 리그 8위를 기록할 정도로 분위기나 경기력 모두 좋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에메리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것이 아르테타 감독이었다.
비록 정규시즌에서는 뚜렷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나, 잉글랜드 FA컵 4강에서 만난 맨시티와 결승전에서 첼시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물론 유로파리그 진출권까지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FA컵 결승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아르테타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뗀 후 “15살 이후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선수로 만나 코치 인생이든 내 삶이든 그는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가치관, 그가 나를 대하는 방식, 그가 주위 선수들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경이로울 것이다”며 “지도자로서 나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한 경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