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마지막 날 첫 승
막내 구단이 서러운 이유
오지영 효과 제대로 봐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이 2022년의 마지막 날 2022-23시즌 V리그 경기서 만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은 개막전부터 이어진 17연패의 마침표를 찍게 됐는데, 지난 시즌 연패를 합치면 20연패로, 무려 324일 만에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페퍼저축은행은 1패를 추가했을 경우 KGC인삼공사가 기록 중인 여자배구 역대 최다 연패를 넘어설 뻔한 것. 이 같은 불명예 기록을 막을 수 있던 것은 페퍼저축은행에 구세주가 나타났기 때문인데, 과연 길고 길었던 연패를 끊어낸 주역은 누구일지 알아보자.
지난 시즌 창단한
여자 배구 막내 구단
지난해 창단 신고식을 치르며 막내 구단으로 여자배구에 합류한 페퍼저축은행. 당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와 신생구단 특별지명, 자유계약, 신인 드래프트 등을 통해 16명의 선수단을 꾸렸다. 외국인 선수 중에는 헝가리 국가대표 출신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KGC인삼공사)를 영입해 첫 시즌부터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엘리자벳을 제외하면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페퍼저축은행 초대 감독으로 ‘2012 런던 올림픽 4강 신화’를 쓴 김형실 감독이 선임돼 작은 위안이 됐다. 김형실 감독은 첫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즌 5승이라는 목표를 세우곤 했는데, 아무리 김형실 감독이라 해도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이끄는 것은 한계가 있었던 것.
개막 후 5경기 만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상대로 첫 승점을 따냈는데, 이어진 2라운드부터 4라운드 후반까지 기존 구단들과의 수준 차이를 느끼며 17연패의 늪에 빠졌다. 결국 개막 전 목표로 했던 5승을 끝내 달성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하게 됐는데, 올 시즌에도 역시 부진한 성적이 계속되자 김형실 감독은 팀의 변화를 위해 지휘봉을 내려놓고 말았다.
이에 과거 감독대행 경험이 있던 이경수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게 됐는데, 그럼에도 연패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경수 감독대행은 “우리는 지금 연패나 패배를 신경쓰면 더 힘들다. 그런 것에 신경쓰기 보다는 경기를 계속해야지만 미래가 있는 거다”며 “지금 당장 한 경기 때문에 무리를 한다거나 긴장을 하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창단 구단에 대한
기존 구단의 싸늘함
그렇다면 페퍼저축은행은 왜 기존 프로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했을까? 2011년 IBK기업은행이 출범할 때 타 구단들은 유망주 고교졸업생을 모두 몰아주거나 선수들을 지원하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에게는 이 같은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는데, 그 결과 실업 및 고교 선수로 구성된 선수와 프로 선수와의 격차는 1~2년 가지고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더 커져갔다.
여기에 올해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염어르헝은 코트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을뿐더러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팀을 이탈했다. 이번 FA선수 보강에서는 투자를 통한 변화를 시도했는데, 오히려 팀의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격 득점을 내야하는 공격수가 아닌 세터 위주로 영입하다 보니 팀에 세터만 4명이 된 것.
이러한 상황은 누가 팀을 지휘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수 없는 전력인데, 창단 2년째를 맞은 페퍼적축은행의 목표가 지금 당장 성적을 내겠다는 의도인지 향후 새 시즌을 위한 이른 준비인지 지켜보는 배구 팬들의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국대 리베로 오지영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에도 희망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26일 배구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페퍼저축은행에 리베로 오지영을 내주고 2024-25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 조건을 합의했다는 것이다.
오지영은 여자배구 대표팀을 통해 큰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이 많기에 존재만으로 팀에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페퍼저축은행은 트레이드 조건에 합의했고, 오지영 효과는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마지막 날인 31일에 도로공사를 꺾고 팀에 승리를 견인한 주역이 됐기 때문. 오지영은 이날 리시브효율이 무려 61.9%에 달했는데, 그의 리시브는 세터 이고은에 정확히 연결돼 안정적인 공격을 연결시켰다. 오지영은 한 경기만에 팀의 중심을 잡은 셈인데, 새해를 앞두고 그토록 바라던 분위기 전환까지 가져다줬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연승까지 노리게 됐는데, 오는 7일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과 원정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12일에는 페퍼저축은행에게 시즌 첫 승 희생양인 된 도로공사를 시작으로 김연경이 소속된 흥국생명을 차례로 마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