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의 무덤이네… 1위 눈앞에 두고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한 배구 구단,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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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2위 달리던 흥국생명
1년 동안 감독 3명 경질
2년 전 악몽 떠올라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새해를 맞이한지 얼마되지 않아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해 팬들은 물론 배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2022-23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권순찬 감독김여일 단장이 반환점을 돌자마자 구단으로부터 경질됐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흥국생명 임형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고, 단장 역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2년 4월에 지휘봉을 잡았던 권순찬 감독은 8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됐는데, 이는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는 처우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현재까지 14승 4패 승점 42점이라는 성적을 거두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승점 45점)을 앞지르는 일만 남은 상황이었던 것. 게다가 권순찬 감독은 팀의 1위를 위해 최근 세터 이원정까지 영입하는 등 의욕을 드러낸 바 있기에, 선수단은 갑작스러운 경질에 크게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 구단이 바라본
권순찬 감독 경질

이 같은 흥국생명을 상황을 본 한 구단 관계자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도대체 전반기에 14승을 한 감독을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른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흥국생명은 연승을 달리고 있던 현대건설까지 잡았던 팀이다. 결국은 구단주의 마음에 들지 않아 경질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전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 역시 “아무리 구단 수뇌부의 눈 밖에 났다고 하더라도 시즌 전반기에 2위를 기록한 감독을 중간에 이렇게 자른 일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번 사태가 2003년이 아닌 2023년에 벌어졌다는 게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권순찬 감독은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을 올 시즌 2위로 끌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승점 3점 차이로 현대건설을 바짝 추격하며 선두를 넘보는 등 성적은 물론 팀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구단 내 한 관계자는 “선수 기용이나 경기 운영을 두고 구단 측과 권순찬 감독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우승권에 있는 구단의 경우 일반적으로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늘리곤 하는데, 베테랑을 중용해 성적을 낸 권순찬 감독의 전략이 구단은 마음에 안 들었다는 셈이다. 그러면서 구단 관계자는 “시즌 절반이 남은 상황에서 신임 사령탑 선임은 새 단장이 왔을 때 구체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밥 먹듯이
감독 경질한 흥국생명

그런데 흥국생명 구단측은 이전에도 이 같은 상황을 연출한 적이 있다는 사실. 전임 박미희 감독이 8시즌 동안 장기 집권하기 전까지 흥국생명은 그야말로 감독들에게 무덤으로 불렸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2005년 흥국생명에 지명을 받으며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뎠을 당시 故 황현주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었다.

황현주 감독은 김연경의 활약 속 2005-06시즌을 1위로 달리고 있었는데, 시즌 막바지에 경질을 당한 것. 이때 흥국생명은 우승 경험이 있는 사령탑을 데려온다는 이유로 김철용 감독을 데려와 정규리그를 비롯한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김철용 감독 역시 2006-07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단 관리 소홀 책임으로 해임 통보를 전했다.

그러고 난 후 다시 황현주 감독을 선임했고 팀을 정상 끝에 올려 놨다. 그러나 2008년에 부상 선수 관리와 선수 운영에 대해 구단 측과 이견을 보이자 또 경질한 것. 그런 그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이승현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72일 만에 사의를 표해 팀을 떠났다.

이로써 한 시즌 동안 감독이 3번이나 바뀌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게 됐는데, 이후 수석코치였던 어창선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이끌었다. 겨우겨우 팀을 추스러 2008-09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해 이듬해 정식 감독이 된 어창선 감독. 그마저 부진한 성적으로 2009-10시즌 도중 사임을 밝혔고, 흥국생명은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배구 팬들의 맹비난
김연경에 떠나라고 말해

한편 시즌이 도중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감독과 단장을 모두 경질한 흥국생명을 향한 배구 팬들의 비난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2년 전 이다영과 이재영 쌍둥이 자매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도 저급한 행동으로 실망시켰다”, “흥국생명 같은 팀에 누가 감독으로 가고 싶어하겠냐”고 분노했다.

공교롭게도 김연경이 V리그에 돌아올 때마다 이러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 이에 배구 팬들은 김연경이 흥국생명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했으면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만큼, 숱한 우여곡절을 겪게 한 팀에서 다음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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