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주장 완장
알고보니 불량품이었다
급히 제작해야 했던 이유
지난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H조 1차전. 이날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출전했는데, 왼쪽에 찬 주장 완장이 계속 흘러내려 불편함을 겪는 모습이 중계 화면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손흥민은 경기 도중 스태프에서 주장 완장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럼에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손흥민은 완장을 손에 쥔 채 경기를 뛰어야 했다.
이런 모습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독일 대표팀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독일 대표팀 주장 마누엘 노이어는 완장이 흘러내려 하프타임 때 테이프로 완장을 고정했는데, 이후 인터뷰에서 “완장이 너무 헐거웠다”라며 “솔직히 불편함이 있었고, 좋은 제조업체가 만든 게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포르투갈의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위스의 주장 그라니트 자카 역시 완장이 고정되지 않아 손에 쥐고 뛰는 모습이 중계 화면을 통해 노출됐다.
주장 완장
퀄리티 문제 생긴 이유
문제의 주장 완장은 FIFA가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공개했다. 원래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7개 대표팀 주장들은 무지개색 하트와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 완장을 착용할 예정이었는데, FIFA에서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는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된다고 언급하며 해당 완장 착용을 금지했다. 그리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급히 완장을 제작해 각 팀에 제공한 것이다.
현재 FIFA에서 제공한 주장 완장에는 ‘#세계를 통합하는 축구’, ‘#차별 반대’ 등의 구호가 적혀있는데, 문제는 급히 제작하는 바람에 퀄리티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이즈가 하나밖에 없으며 이를 조절할 수도 없는 것. 이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자 결국 FIFA는 완장을 다시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지난 26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얘기했고 다른 팀들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FIFA에서 다시 제작해 나눠 줄 예정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라고 밝혔다.
카타르 월드컵의 주장 완장 퀄리티에 대해 누리꾼들은 “진심 이번 월드컵은 개최국부터 환경적인 건 다 문제가 있네” “완장 계속 흘러내리는 거 이번에 처음 봤음” “찍찍이만 달아도 문제 없을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만든거냐”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인권 논란 심각해
한편, 카타르 월드컵은 개막하기 전부터 인권 문제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카타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데, 특히 카타르에서 동성애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중죄로 취급된다.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인 칼리드 살만은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카타르의 인권 탄압에 반대한 잉글랜드, 웨일즈,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 7개 국가는 무지개 완장을 차겠다고 선언했지만, FIFA가 옐로카드로 징계를 내리겠다는 강수를 두면서 모두 무산됐다. 이에 독일은 지난 23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기념 촬영을 할 때 모두 입을 막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무지개색 완장을 착용하지 못하게 한 FIFA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독일 축구협회 역시 SNS를 통해서 “우리는 다양성과 상호 존중이라는 독일 대표팀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상징하는 주장 완장을 착용하길 원했다”라며 “다른 국가들과 함께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가 알려지길 원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인프라 등을 짓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는데, 2021년 영국 가디언은 카타르가 2010년부터 2020년 말까지 카타르로 이주한 남아시아 5개국 출신의 노동자 6,75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또한 케냐와 필리핀 등의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지난 2016년에는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에서 ‘아름다운 경기의 추한 단면’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월드컵 경기장,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결하고 비좁은 숙소에서 살고 있으며, 낮은 급여, 체불, 강제노동, 여권 압수 등의 불법행위를 당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살릴 셰티 엠네스티 사무총장은 “선수와 팬들에게 카타르월드컵 경기장이 꿈의 장소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 될 수 있다”라고 비난했다.
인권 논란이 계속되자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지난 4일 월드컵 본선 출전국들에게 “제발, 지금은 축구에만 집중하자. 축구가 이념적, 정치적 싸움에 끌려가게 두지 말자”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유럽 10개국 축구협회에서는 공동성명을 통해서 “인권은 보편적이고 어디에서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며 “우리는 축구가 지속가능하고 진보적인 변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힘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