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조별리그 탈락
베일, 램지의 부진
램지 월드컵 후 연락 두절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진출한 본선 국가 가운데 처음 출전한 카타르를 제외하고 가장 오랜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국가가 있다. 바로 웨일스다. 웨일스는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끝에 우크라이나를 1-0으로 제압하며 8강까지 진출했던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무려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며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웨일스는 월드컵 B조에 잉글랜드, 미국, 이란과 한 조에 속하며 16강 진출을 꿈꿨다. 조 편성 당시부터 잉글랜드를 1강으로 두고 이란, 미국, 웨일스가 비슷한 전력을 형성하며 3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상당히 흥미로운 경기를 예고했다. 또한 64년 만에 웨일스가 진출하면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잉글랜드 외의 영국 소속 국가대표팀이 진출했다. 그러나 웨일스는 1무 2패를 기록하며 1승도 기록하지 못한 채 최하위로 월드컵 여정을 마무리했다.
2010년 이후
웨일스 축구 전성기
사실 웨일스는 영국 내에서도 축구보다 럭비가 더 인기를 끌고 있는 탓에 축구 변방의 이미지가 강했던 대표팀이다. 그렇기에 월드컵 출전도 무려 68년 만에 해낸 업적이었고 이는 웨일스 전설 라이언 긱스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웨일스 축구는 1950년대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1958년 월드컵 8강에 진출하는 등 부흥기를 맞는 듯했으나 이후 20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이안 러쉬와 마크 휴즈라는 당대 영국 최고의 선수를 앞세워 부활을 꾀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번번이 메이저 대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후 긱스, 벨라미로 대표되는 1990~2000년대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0년부터 베일, 램지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베일, 램지 필두로
황금 세대 구축
2010년 이후 웨일스에는 베일이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 성장하며 팀을 이끌었고 중원에는 아론 램지라는 또 다른 스타가 중심을 잡으며 조 앨런, 애슐리 윌리엄스와 함께 황금 세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과거에 비해 팀 전체적인 전력이 좋아지며 전력이 올라오더니 마침내 유로 2016에서 4강이라는 충격적 성적을 올리며 유럽의 복병으로 급부상했다.
당시 유로 2016 본선에 진출했을 당시 무려 58년 만에 메이저 대회 본선에 진출하면서 웨일스 현지는 축제의 도가니였다. 유로 4강과 더불어 피파랭킹 8위까지 오르는 등 엄청난 상승세를 이뤄냈고 2018 월드컵은 불발됐지만 마침내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것.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 네이션스 리그의 부진과 더불어 황금세대의 나이도 들면서 별다른 활약 없이 조별리그 탈락을 면치 못했다.
웨일스 중원 핵심
아론 램지
웨일스의 전성기를 이끈 수훈 선수로 많은 사람들이 베일을 뽑지만 중원의 핵심인 램지가 없었다면 절대 이룰 수 없던 업적이었다. 램지는 아스날에서만 무려 12년간 주전으로 활약한 세계적인 선수다. 카디프 시절부터 기량을 인정받아 아스날로 이적 후 당시 파브레가스의 후계자로 불릴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박투박 미드필더로 경기장 내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였고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볼을 운반하고 오프더볼 능력이 워낙 뛰어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어난 득점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램지는 이러한 장점에도 단점이 너무 뚜렷했다. 온더볼 상황에서 턴오버나 패스미스가 많았고 실점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를 상회하는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잔 부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과거 심한 다리 골절 부상을 입은 후 잦은 근육 부상과 회복 속도도 늦어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잔 부상이 계속되면서 기량도 조금씩 하락했고 과거만큼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램지는 아스날을 떠나 유벤투스와 레인저스를 거쳐 현재는 프랑스 니스로 이적해 올 시즌 16경기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월드컵 탈락 여파
연락 두절로 소속팀 미복귀
이번 월드컵에서도 웨일스 대표로 활약한 램지가 월드컵 일정을 끝낸 지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소속팀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보통 조별리그에 탈락한 선수들은 짧은 휴식 후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램지는 리그 일정이 이틀 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속팀 니스 감독은 인터뷰에서 “램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힘들었던 것 같다”고 밝히며 램지와 연락을 했느냐는 질문에 “하지 않았다… 할 수 있었지만, 뭐, 그렇게 됐다. 램지는 월드컵에서 크게 실망했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게 다다”라고 답했다. 램지는 이번 월드컵에서 본인의 활약과 팀의 조별리그 탈락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램지는 이번 월드컵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자국 팬들에게도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이제 램지와 베일을 놓아줄 때가 됐다. 두 선수는 유니폼을 낭비하고 있다”라며 은퇴를 요구했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악의 활약을 보인 베스트 11에 램지가 선정되는 등 전성기 때 보여줬던 특유의 활동량과 연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