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밝아진 웃음
후반기 강해질 KB스타즈
팬들과 동료에 감사 인사
한국여자프로농구(WKBL)는 박지수(KB스타즈)가 5개월 만에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8월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하며 국가대표에도 합류하지 못했는데, 어린 나이에 팀과 대표팀 그리고 WKBL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의 병으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박지수가 최근 과호흡 증세 발현으로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공황장애 초기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며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에 따라 박지수는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곤 했다. 이 같은 소식은 그를 지지하던 팬들은 물론 농구계를 충격에 빠트렸는데, 그런 박지수가 다시 코트에 서자 주변에서 뜨거운 환호와 아낌없는 박수를 전하고 있다.
이 악물고 돌아온 박지수
여자농구판은 긴장 태세
모두가 기다렸던 박지수의 복귀전은 지난 17일 하나원큐와의 경기였다. 당시 7분 58초를 뛰며 2점 2리바운드 2블록을 기록했는데, 이어진 신한은행전에서도 18분 25초가량 동안 19점 7리바운드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과 함께 KB의 시즌 첫 연승을 이끌었다.
물론 공황장애 치료에 전념하는 동안 예전보다 5K의 근육량이 빠지고 다소 몸놀림이 둔해 보이는 등 아직 100%의 컨디션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농구 여왕’의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과 존재감을 선보인 것. 이는 팀의 분위기로 이어졌다. 박지수가 공백기를 갖는 동안 KB는 2승 11패로 전체 6개 팀 중 5위에 그쳤지만, 그가 돌아온 뒤 치른 4경기를 2승 2패로 막바지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팀이 졌을 때에도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이전과는 달리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박지수는 매 경기 출전 시간을 점점 늘려가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하나원큐전 4쿼터 중반에는 중거리에서 과감하게 점프슛을 던져 득점을 올리는 등 복귀와 동시에 팀의 주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KB는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신한은행에 4경기 차로 뒤처지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 박지수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휴식도 반납하고 훈련에 전념한다. 이는 휴식 기간 몸 상태를 끌어올려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이다. 박지수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코트에 선 것만으로 감사한 하루인 것 같다. 4개월 정도 집에서 아무것도 못해서 운동량이 적어 근육이 많이 빠진 상태다. 한 달 전쯤 복귀해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다”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각오를 다졌다.
박지수 복귀로 치열해진
WKBL 최고 빅맨 경쟁
이처럼 박지수가 코트에 복귀한 것만으로 KB는 천군마마와 같은 힘을 얻게 됐다. 이 같은 활약은 올 시즌 WKBL 빅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박지수는 2시즌 연속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기자단 투표 110표를 모두 가져가며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고, 이 외에 베스트5, 윤덕주상, 우수 수비상, 기록상 3개(득점, 리바운드, 2점 야투)까지 받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현재 MVP 후보로 꼽히는 배혜윤(삼성생명), 김소니아(신한은행), 김한별(BNK) 등은 박지수의 복귀로 긴장하고 있다. 전 KB 감독이었던 안덕수 해설위원은 “박지수가 컨디션을 완벽하게 끌어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KB 입장에서는 박지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득점을 비롯해 수비, 속공 등에서 나오는 효과가 엄청난 만큼, 빅맨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미래보단 현재에 충실
코트에 돌아와 행복
한편 성공적인 복귀를 치른 박지수는 누구도 묻기 힘들었던 자신의 상황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공황장애는 인기 있는 연예인들만 겪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라 갑자기 흥분하거나 호흡곤란이 오기도 한다. 결국 마음에서 시작되는 병은 맞는 것 같습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도 그렇지만 동료들과 팬분들 더 나아가 모든 분들이 지난 일과 미래를 슬퍼하거나 조급하게 미리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지금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이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고 공황장애 극복 후 성장한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끝으로 박지수는 “선후배들이 마치 어제도 함께 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해줬다.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는데, “원정에 이어 홈 경기에서 저의 복귀를 반겨주신 팬들의 함성과 박수에 전율이 느껴졌다. 감사하다는 말 이상을 전달해 드릴 다른 표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팀 동료들과 팬들에 잊지 않고 고마움을 밝혔다.